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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 감각 익히자” 용접봉 잡은 선생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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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북기계공고 교사들이 8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기술체험 연수를 받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예년에 없었던 동해 칼바람이 몰아친 8일 울산 미포만 벌판의 현대중공업 선박건조 현장. 2만5000여명의 근로자들 속에 섞여 용접에 열중하던 김한영(50·전북기계공고 교사)씨는 “산업체 현장에서 직접 용접봉을 잡아보니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감이 잡힌다”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김 교사는 4일부터 같은 학교 동료교사 6명과 함께 이 회사가 개설한 5일간 일정의 ‘전문계 고교 교사 산업체 연수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방학을 이용해 세계 1위의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을 찾아 산업체 현장의 첨단기술과 노하우를 체득하려는 교사·교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11일부터 15일까지는 대구교육청이 직접 주관해 대구지역 전문계 고교 교사 31명이 현대중공업의 베테랑 기술자들의 지도하에 전북기계공고 교사들처럼 현장체험 연수를 받기로 되어 있다.

2005년 이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매년 여름·겨울 방학을 이용해 거쳐간 현역 교사가 500명을 넘어섰다.

체험교육의 효과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여름방학 때는 광주공고 교사 3명이 학생 37명을 이끌고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 기숙사에서 합숙까지 하면서 기술을 습득해가기도 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전국의 한국폴리텍대학 산업설비과 교수 20여명이 거쳐갔다.

교사 연수 프로그램은 첫날 기술교육원에 입교한 뒤 생산현장 시찰과 선박 승선 체험에 나서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튿날부터 산업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안전체험장 교육을 거쳐 현장에 투입되면 로봇생산부→프로펠러생산부→엔진조립부를 거치며 실제로 근로자들과 함께 부품을 깎고 조립하고 용접하는 정상근무에 참여한다. 전기분야 전공 교사는 변압기·배전기·고압차단기 생산 작업에도 참여한다.

넷째 날에는 조선분야 최고 자격증 코스로 꼽히는 선급자격(선박검사) 규정교육을 받고, 마지막 날에는 선박기계장치와 각종 기관을 살피고 선박건조공정 전반에 걸친 교육을 받는다.

전북기계공고의 김한영(50) 교사는 “그동안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기술자 양성’을 외치면서도 교사인 나 스스로가 현장을 몰라서 책에 나와 있는 것만 가르치는 죽은 교육을 해온 것같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체에서 직접 체험한 기술을 바탕으로 학교 수업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정재헌 상무는 “앞으로 태양광·풍력에너지 등 우리 회사의 신사업 부문에 대한 연수 프로그램도 도입, 기업과 학교가 함께 발전해가는 모델로 확대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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