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 다룬 창작춤 '살부신 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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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소설가 박상륭씨는 '난해함의 대명사' 로까지 일컬어질만큼 독자들에게 불친절한 소설가로 유명하다. 당연히 대중적 인기는 떨어지는 편이다.

그런데 이렇게 문자로는 무뚝뚝하기 짝이 없는 박상륭의 작품이 영화나 연극.무용판에서는 유난히 인기가 높다. 배우 박신양의 영화 데뷔작 '유리' 를 비롯해 극단 미추의 '뙤약볕' 등이 잇따라 만들어졌다.

현실공간에 발을 담근 다른 문학작품과 달리 시공을 초월한 신화적 상상력이 영상화.무대화에 매력적으로 작용하는 까닭이다.

지난해 '박상륭 문학제' 에서는 박호빈씨가 박상륭 작품을 춤으로 형상화한 데 이어 서울예술단 출신의 한국무용가 남수정씨도 9월 2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박씨의 작품을 모티브로 한 창작무를 선보인다.

'생명의 춤 2000' 으로 이름붙인 첫번째 창작춤 발표회인 이번 공연에서 박상륭의 '7일과 꿰미' 를 원작으로 한 '살부신 살' 을 선보이는 것. 02-2272-2153.

'살부신 살' 은 자식을 위해 자신의 살을 쪼아먹이며 죽어가는 어미새이야기다. 모성을 매개로 삶과 죽음이 교체하는 윤회적 순환고리를 상징화한 것으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생명의 가치에 대해 말한다.

남수정씨는 "죽음을 새 생명의 원동력으로 만든 모성을 통해 생명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고자 했다" 고 안무 의도를 밝힌다. 생명 복제까지 가능한 이 시대에 과연 인간 생명이란 무엇인지를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살부신 살' 과 함께 펼치는 '수조 Ⅱ' 는 1998년 한.일 댄스 페스티벌에 초청돼 호평받은 '수조' 의 연작. 남씨 본인이 엄마가 되면서 겪은 충격적인 감동을 표현하고 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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