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노후 석유화학공장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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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24일 25명의 사상자를 낸 전남 여수시 호성케멕스㈜ MEK-PO공장 폭발사고를 계기로 국내 최대 석유화학단지인 여천공단 전체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독성이 강한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가동된 지 20~30년이 지나면서 시설이 노후하고 업체들의 안전 불감증이 겹치면서 각종 산업재해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67년 7백여만평에 조성된 여천공단에는 현재 1만2천여명의 근로자가 73개의 입주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70년대까지 안전사고 사망자는 9명에 불과했으나 80년대에 33명(사망 31명.중경상 2명), 90년대에는 1백48명(사망 32명.중경상 1백16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재산 피해액도 92억4천여만원이나 됐다. 전남 여수시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실시한 안전점검에서도 시설 노후에 따른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노출됐었다.

지난해의 공단내 39개 업체에 대한 점검에서 밸브.살수장치.가스누출탐지시설.정전기 예방장치의 미작동.결함 등 위법.부실사례가 1백87건 적발됐다.

올해에 진행된 82개 업체에 대한 점검에서도 정전기 예방시설 미비 등 1백18건의 개선명령이 내려질 만큼 업체들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실정이다.

환경오염 실태도 심각하다. 96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여천공단 일대의 대기.토양.바다에 대해 벌인 오염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은 공해 천지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 앞 광양만에서 수은이 0.286ppb(1ppb는 1천분의 1ppm)나 나왔다.수은은 신체마비.언어장애 등의 증세를 일으키는 중금속이다.

공단 주변 토양에서는 미국 허용기준치를 8배와 38배를 초과한 클로로포름(0.58ppb)과 스티렌모노머(10.6ppb)가 검출됐다.

클로로포름.스티렌모노머는 마취성 공해물질로 심장.신장.호흡기.피부 등에 작용해 심할 경우 목숨을 앗아가는 독성 물질이다.

여수시 의회와 여수환경운동연합은 25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여수시.공단 등 관계기관이 조속히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입주업체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실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여수〓구두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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