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연차 징역 2년6월 - 정대근 5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7면

휴켐스·세종증권 매각 비리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대근(66) 전 농협중앙회장에게도 1심보다 5년 줄어든 징역 5년에 추징금 51억여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농협의 자회사인 휴켐스를 매각하면서 태광실업에 특혜를 주고, 납품 청탁과 관련해 50억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의 뇌물을 받았다”며 “다른 뇌물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기간에 또 뇌물을 받은 점은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다만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청탁을 받고 50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돈의 사용처가 모두 남경우 전 농협사료 대표와 관련돼 있고 정 전 회장이 얻은 이익이 없는 점 등에 비춰 ‘돈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남 전 대표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이유로 재판부는 뇌물 수수와 공여 혐의로 각각 기소된 남 전 대표와 김형진 세종캐피탈 회장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정 전 회장에게 돈이 건네지지 않았기 때문에 뇌물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남 전 대표와 김 회장의 혐의를 바꿔야 한다고 알렸으나 검찰이 응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둘의 혐의를 제3자 뇌물 취득·공여로 바꿨으면 유죄를 선고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로써 세종증권 인수 대가로 오고 간 50억원에 대해선 받은 사람이 있는데도 처벌받는 사람은 없는 결과가 나왔다. 당시 수사 검사인 박경호 대검 과학수사기획관은 “정 전 회장에게 돈이 건네졌다는 수사 내용에 확신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혐의를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며 “남 전 대표는 당시 농협 임원이기 때문에 형법상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도 처벌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또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6월에 추징금 94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세청장 후보 인사 검증이 직무와 관련이 있고, 상품권을 불법으로 얻을 의사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에게서 사건 청탁 명목으로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종로 검사에게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1심과 같은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245만원을 선고했다.

같은 날 서울고법 형사6부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관용 전 국회의장에 대해 일부 혐의를 무죄로 인정해 벌금 150만원과 추징금 951만원을 선고했다. 이택순 전 경찰청장에겐 1심과 같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400여만원이 선고됐다.  

최선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