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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언론사장단 오찬·대화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재한 오찬과 대화는 시종일관 자유스럽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3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대화가 길어지자 金위원장은 오후 2시로 예정된 회의까지 연기. 金위원장은 어떤 주제의 얘기가 나와도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펴면서 재치와 유머로 대화를 주도해 나갔다.

오찬에 앞서 신문협회와 방송협회 회장단은 접견실에서 金위원장과 약 20분간 환담했다.

○…金위원장은 지난 6월 15일 남북 정상회담 마지막 오찬 때처럼 일일이 테이블을 돌면서 언론사 사장들과 포도주 잔을 부딪치며 환담했다.

언론사 사장들이 잔을 다 비우지 않자 金위원장은 "마저 다 비웁시다" 라며 먼저 한잔을 다 비우기도 했다.

특히 金위원장은 카메라맨까지 헤드테이블로 불러 "정작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그냥 두고 사장들한테만 술 따라주면 되겠느냐" 며 이들을 격려. '

○…국방위원장 면담시의 경호는 철저하기로 정평이 나 있으나 북측은 이번 언론사 대표단에게 몇가지 예외를 적용할 만큼 세심하게 배려. 지난번 정상회담 때는 수행원들까지도 접견장 건물에 들어설 때 소지품 검사는 물론 구두까지 벗겨 철저히 검색했으나 이번에는 옷 입고 신발 신은 그대로 검색대만 걸어 통과하도록 하는 등 언론사 대표들에게 각별한 예우.

○…회담에는 방북 언론사 대표단 56명 전원과 북측에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겸 노동당 과학교육비서, 김용순 노동당 비서 겸 통일선전부장, 정하철 당 선전선동부 부장, 김양건 당 국제부장, 강능수 문화상, 최칠남 노동신문 책임주필, 전금진 내각 책임참사 등 '북한의 당.정.언론계 '고위인사 3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최태복 의장, 김용순 비서는 金위원장의 건강비결이나 제기된 문제에 대해 그때그때 보충설명을 해 눈길.

○…오찬 메뉴는 국가 정상급 만찬 시 메뉴와 같았다. '보쌈 바구니' '칠색송어 찬묵' '하늘소 철판구이' 등 모두 12가지에 디저트로 과일.들쭉크림케이크.과줄.홍차 등이 나왔다.

'하늘소 철판구이' 라는 메뉴를 방북단 중 한 사람이 "장수 하늘소는 천연기념물인데 이걸 먹게 돼서 큰일났다" 고 얘기하자 "하늘소 고기는 당나귀 고기로 육(肉)고기 중 주석님이 제일 좋아하는 요리인데 당나귀라는 말이 듣기 거북해 하늘소라고 주석님께서 아주 멋진 이름을 지어주셨다" 고 자랑. 김용순 비서는 "남한 음식을 많이 먹어봤는데 대부분 조미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 천연의 맛을 느끼기 어려웠다" 며 북한 요리솜씨가 남한보다 한 수 위임을 은근히 과시.

○…한편 대표단이 평양을 떠난 지난 12일 오후 순안 비행장에는 35도의 무더위 날씨에도 5백여명의 평양 시민들이 형형색색의 한복을 입고 붉은 색 꽃과 깃발을 들고 나와 열렬히 환송. 이들은 하나같이 '조국통일' 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꼭 또 오시라구요" 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지난 6월 정상회담 환영 때의 "김정일, 김정일 결사 옹위" 구호가 '조국통일' 로 바뀐 것은 정상회담 이후 북측의 변화를 가늠케 하는 것이라고 대표들은 한마디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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