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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안성마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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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지금이야 백화점 등에 가면 좋은 기성복을 언제라도 구입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대학에 입학한다든가 결혼식에 참석하는 등 대사가 있을 때는 양복점에 가야 했다. 재단사가 치수를 재고 옷감을 고른 후 며칠이 지나 가봉(假縫, 순화어로는 시침질)을 거쳐야 비로소 번듯한 새 옷이 생겼다.

예로 든 양복점 옷의 경우처럼 ‘일정한 규격의 물건을 만들도록 미리 주문을 하다’란 뜻으로 ‘마추다’란 단어를 쓰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 ‘맞추다’가 바른 표현이다. ‘구두를 마추다’ ‘안경을 마추다’ ‘마춤옷’ ‘마춤부엌’ 등도 모두 같은 사례이므로 ‘구두를 맞추다’ ‘안경을 맞추다’ ‘맞춤옷’ ‘맞춤부엌’으로 써야 한다.

인터넷 등에서 보면 ‘안성마춤 포도’ ‘안성마춤 한우’ 등 ‘안성마춤’이 붙은 광고가 많은데 이것도 ‘안성맞춤’이라고 써야 바르다. 경기도 안성은 유기로 유명했는데 이곳에 ‘맞춰’(주문하여) 만든 유기처럼 꼭 맞는다는 데서 나온 말이기 때문이다. ‘마춤’으로 쓴다 해서 특별한 의미가 덧붙는 것도 아니니 맞춤법을 지키는 게 좋겠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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