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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회장, 중국 자동차 ‘제왕’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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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왕촨푸 비야디그룹 회장이 자체 개발한 전기차 ‘E6’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E6는 15분 충전으로 300㎞ 주행이 가능하다. [출처=왕 회장 블로그]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지난해 세계 1위 자동차 대국으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자동차 신화’가 탄생했다. 혜성처럼 등장한 비야디(比亞迪·BYD)자동차다. 해외 합작 자동차 업체들과 경쟁한 치루이(奇瑞)·지리(吉利) 등 중국 토종 자동차 브랜드 중에서 단연 돋보였다. 이 업체의 주력 모델인 F3는 지난해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로 꼽혔다.

신화를 총괄 지휘한 왕촨푸(王傳福·44) BYD 회장은 2009년 중국 최고 부자로 올라섰다. 그의 재산은 2008년엔 60억 위안(103위)에서 지난해 350억 위안(약 5조9500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추산됐다.

5일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등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11월 말까지만 F3 모델을 23만여 대 팔았다. F3의 연간 판매 증가율은 160%로 중국에서 지난해 팔린 단일차 모델 중 최다를 기록했다. F3는 월 평균 2만 대가량이 판매돼 지난해 연말까지 25만 대 선을 넘은 것으로 추산됐다. 판매 급증으로 BYD의 시장 점유율도 5.3%로 높아졌다. 미국·일본·독일·한국 차 업체들과 제휴한 합작 브랜드들이 토종 브랜드들과 혈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 차 시장에서 신생 차 업체가 창업 6년 만에 6위로 도약한 것은 기적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배터리에서 자동차 업체로 변신=BYD는 당초 무명 배터리 업체로 출발했다. 중난(中南)대학에서 야금물리화학을 전공한 왕 회장은 1987년 졸업 뒤 베이징 유색금속연구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그곳에서 8년간 기초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93년 연구원이 선전(深)에 설립한 전지회사에서 2년간 총경리로 일했다. 그는 95년 친척으로부터 빌린 250만 위안으로 휴대전화 충전용 배터리 제조업체인 BYD를 창업했다. 그의 업체는 노키아·모토로라 등 세계적 휴대전화 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전지를 납품하면서 세계 2위 리튬 이온전지 업체로 성장했다.

왕 회장은 2003년 시안(西安) 친촨(秦川)자동차의 지분 77%를 매입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 무렵부터 그는 자동차 전지 개발에 대대적으로 달려들었다. BYD는 F3DM이라는 전기 자동차 양산에 들어가 2008년 12월 중국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F3DM은 한 번 충전으로 80~100㎞까지 달릴 수 있다. 자체 개발한 배터리는 10년간 연구한 철인산염 신기술을 채택해 다른 업체의 리튬이온 전지보다 안전성이 강화됐다는 게 업체의 주장이다.

BYD는 이미 전기 배터리로만 움직이는 E6 모델도 개발했다. 두 개의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E6는 15분 충전으로 300㎞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 자동차를 내세운 왕 회장의 야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기세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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