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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병원폐업 더이상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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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명분없는 의료계 재폐업은 절대 안된다. 오늘부터 돌입키로 한 지역별 재폐업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

일부지역 병원들의 재폐업은 한마디로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분별없는 생떼로 비칠 수 있다.

의료계에 한가닥 기대를 걸어 온 상당수 국민조차 등을 돌리게 되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의 대승적 자제를 당부한다.

의료계는 그동안 국민 가슴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지난 6월 국민을 볼모로 한 폐업 이후에도 의협.의쟁투.전공의협의회 등의 잇따른 강경 움직임은 국민을 정말 짜증나게 했다. 특히 집안에 환자나 노약자를 둔 국민의 가슴을 덜컹덜컹 내려앉게 만들었다.

의료계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국민도 적지 않았다. 의료계의 주요 요구사항은 자꾸 바뀌고 다양해져 왔다.

초기엔 의약분업의 전문적.세부적인 사항을 들어 자신들의 뜻이 약사법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이후 약사법에 의료계의 요구가 꽤 많이 반영됐음에도 의약분업에 대한 반대와 재폐업 논의를 멈추지 않았다.

의협은 지난달 20일 조건부 폐업을 결의하면서 대체조제.임의조제 근절을 위한 법적 제도 마련, 보건의료정책실 신설 및 의정국 부활, 대통령 직속 보건의료발전특위 구성 등을 요구했다.

지난달 23일 채택한 결의문에선 진료비 적정수가 보장, 회장 석방과 의쟁투 지도부 수배해제 등을 요구했다.

또한 엊그제는 "올바른 의약분업과 건강한 진료풍토를 조성할 수 있을 때까지 8월 1일부터 폐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고 밝혔다.

이러니 의약분업을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또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한참 헷갈리게 했다.

의료계는 이유야 어디에 있든 국민의 불신과 혐오를 자초하는 모든 행동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 대형 병원들이 전공의 파업에 들어가면서 응급환자나 중환자 진료에는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이는 말 장난이나 다름없다.

크고 작은 수술의 집도에서 그들이 하는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개업의들도 동네병원이 문을 닫아 생길 엄청난 의료공백을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환자를 떠난 의사는 존재할 수 없다.

의약분업분쟁과 폐업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국민도 이젠 그 윤곽을 잡았다. 이제 또 폐업으로 치닫는다면 의사에 대한 신뢰와 존경심마저 상실하고 말 것이다.

의료계는 묵은 감정을 훌훌 털고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일단 의약분업에 동참하고, 미진한 것은 차차 고쳐나가면 된다.

앞으로 국무총리 산하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에서 보건의료제도를 다룰 때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면 될 일이다. 진정 국민을 위해 거듭난다는 충정으로 다시 흰 가운을 입고 메스를 들어야 한다. 의료계 원로들의 중재와 설득도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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