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단독국회는 안된다

오늘 소집된 임시국회가 또 파행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한나라당의 반발로 아무런 합의없이 열리는 여당 단독국회인 만큼 제대로 된 국회 모습을 보기엔 애초부터 그른 것 같다.

날치기 국회를 하고도 아무런 사과 없이 민생법안을 심의하자는 여당이나, 민생관련 법안이 산적한 현실을 외면한 채 등원을 거부하는 야당 모두 딱하기만 하다.

그나마 한나라당이 다음달 1일부터 전면실시되는 약사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그 시급성을 감안해 여당 단독처리를 실력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다행스럽다.

여당도 오늘 중에는 약사법 개정안만 처리한 뒤 나머지 안건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야당과 협상을 벌여가겠다고 밝혀 이 언약을 뒤집지 않는다면 당분간 정면대치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야간 기본적인 입장차이로 특단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충돌과 이로 인한 국회파행.정국경색은 시간문제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강조하고 있어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임시국회가 파행으로 끝난 것도 여당이 국회 운영위에서 강행한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와, 이 법안 통과와 관련한 밀약설에 한나라당이 발끈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민주당이 다른 민생관련 법안 처리와 함께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시도할 경우 충돌은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여당의 날치기가 되레 당 내분사태를 빚게 한 데다 자신들이 배제된 채 소집된 이번 임시국회가 불만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당을 비난하고 실력저지나 운운할 게재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날치기 파동을 일으킨 여당의 단독국회 소집이 그 나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추경안.금융지주회사법안.국민연금법 개정안 등 민생안건 처리라는 명분을 축적한 데 있다. 달갑지 않더라도 이는 엄연한 정치현실이다.

이런 게 아니라도 현대사태 등이 겹쳐 위기상황으로 치닫는 경제와 급변하는 남북 및 국제관계 등 국회를 소집해야 할 소이(所以)는 충분하다.

한나라당도 마음을 열고 국정논의를 위한 장에 뛰어 들어야 한다. 국회법 개정안 처리는 명분이 없다면서 이를 이유로 대치국면을 연출하는 모습도 명분있는 일은 아니다.

내막이야 어떻든 여당도 위법적인 날치기를 한 것은 문제다. 정도(正道)에서 벗어나 사술(詐術)을 감행한 것은 잘못이며 야당의 요구가 아니라도 사과까지 못하겠다고 버틸 이유가 없다.

더욱이 이로 인해 국정 전반이 발목잡힌 상황이 아닌가. 거듭 강조하지만 먼저 해결할 일이 민생법안 처리고 원내교섭단체 관련법 개정은 그 다음이다.

선후를 바꿔 일을 강행하다간 국회는 파행으로 치닫고 민생은 민생대로 뒤죽박죽되는 정치부재 현상을 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