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해석 따라도 ‘최장 2년’ 임금 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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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전임자 무임금제 시행과 관련한 노동부의 행정해석은 기존 단체협약(단협)에 명시된 전임자의 기득권만 인정한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1일 국회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의 부칙에 대한 논란이 일자 3일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는 여전하다. 민주노총이 노조법 부칙을 활용해 단협 개정 투쟁에 나서고 법정 소송도 벌일 태세이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노조법 부칙 제3조는 법 시행일 현재 단협에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도록 명시돼 있으면 급여를 주도록 했다. 쟁점은 전임자 무임금제 시행을 “1월 1일로 볼 것이냐” “7월 1일로 볼 것이냐”다. 이 법의 실제 시행일은 6개월간 유예기간을 거친 올 7월 1일이다.

7월 1일로 시행시점을 잡으면 부칙의 ‘시행일 현재’는 ‘7월 1일 현재’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노조는 상반기 중에 단협을 개정하면 유예기간 6개월에다 단협 유효기간 2년을 더해 최장 2년6개월 동안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6개월 동안 단협 개정을 둘러싸고 노사 간 충돌이 빚어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노동부가 서둘러 행정해석을 내놓은 이유다.

노동부는 시행시점을 1월 1일로 봤다. 노동부 전운배 노사협력정책국장은 “부칙은 법률 개정으로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경과규정일 뿐”이라며 “따라서 실제 시행과 관계없이 시행일은 1월 1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행령에 이를 명확히 명시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동부의 해석에 따르더라도 노조 전임자는 최장 2년간 임금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30일 단협을 개정한 H사는 2011년 12월까지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줘야 한다. 노동부의 행정해석이 법원에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2007년 7월 코레일 소속 비정규직은 사측이 성과급을 정규직에게만 주자 차별구제를 신청했다. 당시 노동부는 “성과급은 차별 시정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노동위원회와 법원은 차별로 판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2년이든 2년6개월이든 단체협약에 따라 전임자에게 임금을 주도록 한 것은 임금지급 금지 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단협 개정 투쟁에 나설 태세다. 이수봉 대변인은 “노조 전임자 문제는 기본적으로 노사교섭으로 해결할 문제”라며 “특히 노동과 관련된 법은 최저기준을 명시하는 것이므로 노조에 유리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4월 중 노조법 개정을 위한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찬 기자

◆행정해석=행정관청이 법 집행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법원의 판단처럼 최종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혼란 등을 예방하고 정리하는 성격을 가진다. 행정해석에 불만이 있으면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해 최종 판단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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