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누더기 노조법, 부작용 막을 방안 강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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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자칫 노사관계에 대혼란을 불러올 수 있었던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새해 벽두 극적으로 개정됐다. 개정 노조법은 복수노조 허용 시기를 1년6개월 늦추고,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6개월간 적용을 유예하도록 했다. 복수노조 허용 시기가 다소 앞당겨지기는 했지만 과반수 노조로 협상창구를 단일화하고, 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 조항의 적용 범위를 어느 정도 제한함으로써 최악의 혼란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개정 노조법은 정치권을 거치는 과정에서 누더기가 돼 버렸다. 정치적 이해에 따라 법 개정의 원칙과 일관성을 훼손하는 내용이 부칙과 단서조항의 형태로 법안에 덕지덕지 붙여진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임자 무임금제’의 적용 시점을 노사가 합의하면 최장 2년이나 늦출 수 있다는 조항이 부칙에 포함된 것이다. 노사정 합의안에 없던 내용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슬쩍 들어간 것이다. 노동부는 뒤늦게 “신규 단체협약에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지만, 앞으로 6월 말까지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노사 현장에선 법적인 분란이 일어날 소지가 크다. 논란이 됐던 타임오프제의 적용 범위도 당초 ‘특정한 노조활동’을 한나라당이 ‘통상적 노조관리업무’로 뒤집었다가 결국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의 유지·관리업무’로 낙착됐다. 해석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모호한 법조문을 만든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일단 개정 노조법이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국회를 통과한 이상 이제는 시행령을 세심하게 만들고, 운영에 일관된 원칙을 지켜 법 시행에 따른 혼란과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기업별 타임오프제의 한도를 정하게 될 ‘근로시간 면제 심의위원회’의 책임이 막중하다. 노사 간의 균형을 잡되, 전임자 임금금지라는 법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한도를 설정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노사 양측이 법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복수노조와 전임자 무임금제가 원만하게 정착될 수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