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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3㎝' 두발규제에 강력 반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우리는 '3㎝ 인생' 을 거부한다!"

지난 26일 오후 3시30분 서울 명동 조흥은행 앞 삼거리. 얼굴을 빨간색 페인트로 칠한 10여명의 고교생이 마스크를 쓰고 침묵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설치한 두발 규제 반대 게시판은 지나가는 청소년들이 쓴 글과 스티커로 1시간 만에 가득찼다. 한 학생은 "교도소에 간 사람들도 이제 머리를 안 자른다는데…" 라고 썼다.

중·고생 일부가 '앞머리 3㎝, 귀밑 3㎝' 로 상징되는 두발 규제에 반기를 드는 운동을 시작했다.

지난 5월 11일 발족한 두발 제한 반대 서명운동 인터넷 사이트(http://www.idoo.net/nocut)에는 27일 현재 4만3천여명이 서명했다. 하루 접속자만 10만여명에 서명자도 매일 1천여명씩 늘고 있다.

'사이버 유스' '아이 두' '채널 텐' 등 10대들이 운영해 인기를 끈 사이트의 운영자 70여명이 모여 지난 1월에 만든 '청소년 연대 with' 가 이 운동을 이끌고 있다.

서명자의 20%가 과거 '빡빡머리' 를 경험한 학부모.교사 등 성인들이라는 사실도 눈길을 끈다. 한 여고 2년생의 엄마는 "내가 당한 것도 서러운데 아직도 이래서야 되겠느냐" 는 격려성 글을 띄웠다.

이들은 지난달 17일 청와대와 교육부에 1차 서명자들의 민원을 접수시켰다.

학생들은 또 두발 규제 실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인터넷 방송으로 내보낼 예정이고 교육부에도 방학 중 공청회를 요청해 놓은 상태. 나아가 소송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표 이준행(李俊行·15·대전 유성고1)군은 "우리는 학생이기 이전에 강제로 머리를 잘리지 않을 권리가 있는 인간" 이라고 말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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