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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전임자 무임금 유예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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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노동계는 이런 점을 이용해 단체협약 개정을 사용자에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경영계는 법에 따라 7월 전임자 무임금을 시행하려 할 것이다. 상반기에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를 노사관계 선진화의 원년으로 삼으려던 정부는 난감한 처지에 몰릴 가능성도 있다.

학계와 경영계, 정부는 전임자 무임금제가 시행되면 대기업의 과도한 전임자 숫자가 줄 것으로 예상했다. 또 상급단체에 파견돼 있거나 해고된 뒤 노동운동에 전념하는 직업 노동운동가와의 고리도 끊길 것으로 봤다. 노조 스스로 임금을 부담하면 재정상황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 기간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이런 전망은 빗나가게 됐다. 오히려 노동계는 6월 30일까지 전임자의 수를 늘리는 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상급단체 파견자도 늘고 영향력도 커진다. 상급단체의 지침에 따른 정치파업이 빈발할 수 있는 것이다.

금속노조와 같은 기업 내 노조가 아닌 전국 단위의 산별노조는 2년6개월간 별도 교섭권을 가질 수 있게 한 것도 논란이다. 2011년 7월부터 기업 내 노조들은 교섭창구를 단일화해야 한다. 과반수 노조가 있으면 소수노조는 교섭에 참여할 수 없다. 하지만 산별노조는 이후 1년 동안 별도로 교섭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 내 소수노조에 대한 역차별이 1년 동안 벌어지는 셈이다.

◆무분별한 요구는 차단=노조법은 공동교섭 대표단에 참여할 수 있는 요건으로 10% 이상의 조합원을 보유한 노조로 제한했다. 소수노조의 무분별한 교섭 요구를 차단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개정안에 삽입해 논란이 됐던 ‘통상적인 노조관리업무’는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노조의 유지·관리업무’로 대체됐다.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 항목을 정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노조업무를 제한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타임오프 항목은 노동부 산하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 노사가 추천하는 위원 5명과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 5명 등 15명이 참여한다. 노사 간 이견으로 합의되지 않으면 공익위원들이 결정한다. 사실상 정부의 구상대로 항목을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노조법 14~27조에 보장된 총회·선거·회계감사에다 조합원 교육과 같은 최소한의 노조활동만 근로시간 면제 항목으로 인정될 전망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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