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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실로 다가온 북한 인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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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북한 인권법이 미국 상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상원은 하원 통과 법안 중 '대북지원과 북한 인권문제 연계'등 일부 조항의 실행요건을 완화했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개선과 중국 내 탈북자를 위해 매년 260여억원을 지원한다는 등 핵심 내용들은 그대로 통과됐다. 이는 북한 인권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미국 내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 특히 만장일치 통과는 미국이 정파를 초월해 대북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측면을 보여주었다. 이 법에는 탈북자들이 제3국에서 미국으로 망명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도 있다. 따라서 향후 북.미, 한.미관계는 물론 한반도 정세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남북한의 사려깊은 대응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온 것이다.

북한은 미국 사회에서 고조돼 가고 있는 '대북 혐오증'이 가져올 파장을 심각하게 숙고해야 한다. 북한의 인권상황은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점차 악화되고 있다. 이런 북한이 툭하면 핵 협박, 미사일 위협을 하니 미국의 불신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8000개의 폐연료봉을 이미 재처리해 무기화했다"는 북한 외무성 부상의 유엔총회 발언은 개탄스럽다. 미국은 그런 협박에 굴복할 국가가 아님을 북한은 깨달아야 한다. 체제보장과 경제회복을 위해선 핵문제 해결이 유일한 대안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한 인권에 대한 입장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애써 눈을 감아온 자세로는 앞으로 닥쳐올 상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북한 인권에 개입하는데 우리는 '먼 산만 바라보는'정책을 취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우리도 북한과 대화와 협상은 하되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북한당국에 할 말은 한다는 의연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특히 이 법의 통과로 미국이 과거처럼 한국 정부의 대북 입장을 의식한 조치는 앞으로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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