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외발 페달' 자전거 대장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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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왼쪽 다리를 전혀 못쓰는 소아마비 3급 장애인 김승중(金承中·41·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24일 부산에서 포항까지 1백60㎞를 자전거로 달렸다.한발로 페달을 밟아 조그만 돌부리에 걸려도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일쑤였다.때문에 정상인이면 5시간이면 갈 거리를 10시간 넘게 걸려 도착했다.

하지만 그는 “옆에서 나란히 달리고 있는 ‘정상인’ 아들 선영(善暎·12)이를 보면 절로 힘이 솟는다”고 했다.

부자는 지난 22일부터 대구를 출발,부산-포항-강릉-서울-대전-광주 등을 거쳐 대구로 돌아오는 40일간의 4천㎞ 자전거 순례를 하고 있다.

“저는 정상인보다 조금 느릴 뿐입니다.영화 ‘나의 왼발’은 감동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왜 현실 속의 장애인들은 사시(斜視)로 보는 겁니다.”

金씨는 “정상인이 하는 일은 장애인도 모두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金씨는 지난 4월부터 대구 팔공산 한티재를 넘는 연습을 시작했다.한번 자전거를 타고나면 온 몸이 쑤셨다.근육통으로 밤잠도 설쳤다.하지만 달릴수록 샘솟는 기쁨과 자신감은 그 고통을 압도했다.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던 아들도 연습에 합류했다.그는 “아들과 함께 한티재에 올라 물을 마시면서 서로 격려하고나면 장애로 살아가는 세상이 전혀 두렵지 않아졌다”고 말했다.

부자는 앞으로 하루에 12시간씩 최소 1백㎞를 달려야 한다.무더위와 피로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렵다는 사실을 金씨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고 달려 4백50만 장애인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모습을 꼭 보여주겠습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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