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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각 파일 대통령에 다 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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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미 대통령께서 알아보라는 인물 파일은 모두 다 올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3일 이렇게 말했다.

개각을 위한 실무 준비가 진행되고 있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한 대답이다. 신광옥(辛光玉)청와대 민정수석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다른 사안도 그렇지만 특히 인사문제를 주도면밀하게 따져본다" 고 전했다.

金대통령은 인사 요인.수요가 있을 때 '땜질식 처방' 을 하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집중적으로 하는 개각스타일을 보여왔다.

◇ 한계수위에 왔다〓4.13총선부터 금융파업.의료대란까지 현 내각의 국정운영을 놓고 개혁 피로증.정책 조정 능력 부재라는 표현으로 여론비판이 계속돼 왔다.

총선 때 金대통령은 국부(國富)유출 논쟁에 대한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 등 경제팀의 소극적 대처를 나무랐고, 의약분업.노동계 파업에 대한 정책관리의 미숙을 지적해 왔다. 이산가족 상봉에 짙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도 꾸지람을 들었다. 그때마다 金대통령은 질책이나 경고만으로 넘어갔다.

그렇지만 "이제 그런 상태로 가기에는 한계수위에 와 있다" 는 게 청와대 참모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미 8월 초 개각이 예고된 상태다.

이달 말 金대통령의 여름휴가가 끝나면 바로 개각이 단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재경부장관.교육부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미뤄져도 개각 일정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민주당 쪽에서 나오는 개각의 밑그림은 몇가지로 짜여 있다.

첫째, 6.15공동선언의 신남북시대를 거국적으로 관리할 인물의 포진이다.

둘째, 정부조직법 개정에 담긴 金대통령의 뜻대로 관련 부처의 팀워크 강화를 주도할 수 있는 발탁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예고다.

셋째, 8월 25일은 金대통령의 임기 중간 시점. 집권 후반기 개혁 완수와 정권 재창출의 기틀을 마련하는 의미가 담긴다고 한다.

따라서 개편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도 개각과 맞물려 진용개편이 예고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의 새 역할론도 나온다.

◇ 4개축 중심으로 내각정비〓청와대 한 참모는 "4개의 축을 중심으로 팀워크를 이루는 것이 8월 개각의 특징이 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4개축은 남북문제.인적자원개발(교육).경제.복지사회다.

우선 남북.외교.국방팀의 박재규 통일부-이정빈(李廷彬)외교통상부-조성태(趙成台)국방부장관과 황원탁(黃源卓)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라인의 정비가 큰 폭으로 있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외교안보팀을 이끈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의 건의를 金대통령은 진지하게 참작할 것" 이라고 여권 관계자는 전망했다.

林원장은 평양 정상회담 때 金대통령의 뚜렷한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팀의 이헌재 재경부-김성훈(金成勳)농림부-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과 이용근(李容根)금감위원장-이기호(李起浩)청와대 경제수석 라인은 전면 개편설에 시달리고 있다.

더구나 현 경제팀이 외면해온 공적자금 추가 조성문제가 등장하면서 설 자리가 좁아진 실정이다.

이들 후임으로 이진순(李鎭淳)한국개발연구원장 등 중경회(中經會.DJ경제자문그룹) 출신 인사들이 우선 거론된다.

문용린(文龍鱗)교육부장관은 취임 6개월(1.13개각때 임명)밖에 안 됐지만 교체설이 계속 나온다.

민주당쪽 기용 인사로는 8월 최고위원 경선을 포기한 노무현(盧武鉉)지도위원이 거명되고 있다.

정권재창출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당 인사의 입각폭이 넓어질 것" 이라는게 고위 당직자의 전망이다.

자민련 쪽에선 최소 한명이 들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진국.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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