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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출시 한 달 … 명과 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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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달 말 국내에 선보인 애플의 ‘아이폰’. 요금과 단말기 값으로 월 6만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비싼 단말기인데도 16만 대가 넘게 팔리는 등 초반 기세가 만만찮다. 아이폰이 국내 통신 시장과 업계에 미친 영향의 명(明)과 암(暗) 두 가지씩을 들여다 봤다.

#무선 인터넷 시대 가속화

올 들어 전 세계 통신시장의 키워드는 모바일 인터넷이다. 애플은 물론 세계 1위의 휴대전화기 회사인 노키아마저 무선 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었다. 세계 최대 포털인 구글은 모바일 단말기에 맞는 웹페이지 서비스에 본격 나섰다. 이에 비해 음성통화 수익 위주였던 국내 통신업계는 무선 인터넷 개방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말 아이폰의 등장으로 무선 인터넷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이달부터 KT가 무선랜이 잡히는 곳에서는 휴대전화기로 인터넷전화 요금만 내고 통화할 수 있는 유·무선 통합(FMC) 서비스를 선보였다. 국내 최대 이통사인 SK텔레콤도 비슷한 통신상품을 내놓으면서 맞불을 놨다. 새해부터는 무선 인터넷의 확산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생태계 조성

아이폰의 성공에는 앱스토어라는 애플리케이션(응용 소프트웨어) 공개시장의 역할이 컸다. 10만여 건의 애플리케이션이 올라와 네티즌이 20억 회 이상 내려받았다. 한국 개발자도 앱스토어에 도전해 좋은 결과를 얻은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게임빌의 게임 ‘제노니아’는 ‘2009년 최고의 게임’에 뽑혔다. 8개 게임을 올린 컴투스는 누적 다운로드가 40만 건을 넘었다.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국내 업체들의 앱스토어도 속속 개설됐다. 이를 통해 ‘제조업체-개발자-소비자’로 이어지는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수혁 SK텔레콤 NI사업본부장은 “국내 앱스토어 시장이 조만간 1조원대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폰 고장 나면 어쩌지

애플은 아이폰에 대해 “고장 났을 경우 ‘리퍼비시(refurbish)’ 제품으로 교환한다”는 정책을 쓴다. 리퍼비시는 중고품 가운데 하자가 없는 부품을 모아 재조립한 제품이다. 무상 애프터서비스 기간인 1년 이내에 고장 날 때는 무료 교체, 그 이후에는 30만원에 바꿔주는 게 애플의 글로벌 서비스 규정이다. 여기에 문제는 두 가지다. 한국소비자원은 공산품의 경우 열흘 이내에 고장 날 때는 제품 교환 또는 구입가 환불, 한 달 이내에는 제품 교환을 권고한다. 물론 새것으로 바꿔주라는 이야기다. 아이폰은 신품 교환과 환불이 안 된다. 새 제품을 사고 하루 만에 문제를 발견해도 리퍼비시 품으로 바꿔줄 뿐이다. 자체 규정이 한국 정부의 유권해석보다 우선인 셈이다. 1년이 지난 후 고장이 나면 더 큰 문제다. 버튼 하나만 고장이 나도 부분적으로 수리할 수 없어 전체를 교환해야 한다.

#심의 받지 않은 콘텐트 버젓이

애플은 게임물등급위원회가 국내에 출시하는 게임을 사전 심의하는 한국 법을 문제 삼아 한국 앱스토어에서 ‘게임’ 카테고리를 없앴다. 대신 ‘엔터테인먼트’ 카테고리에 게임 콘텐트가 들어갈 수 있다. 일종의 우회 등록이다.

현재 한국 앱스토어의 엔터테인먼트 매장 인기 25위 안엔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이 10여 종에 달한다.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은 고스톱 게임이 12세 이상이면 누구나 이용 가능한 앱스토어를 통해 팔릴 수 있다. 애플 측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는 오픈마켓의 특성상 카테고리 분류는 개발자가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게임위는 애플이 앱스토어 게임 등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이원호·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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