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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이념 갈등 언제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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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 15일 서울 도심에서 보안법 폐지 지지 걷기 행사가 열렸다(사진 (上)). 16일에는 보안법 폐지 반대 성명서 발표가 있었다. [뉴스앤조이 제공]

사회참여의 건강한 의사표현인가, 묻혀져온 교계 내 보수.진보 갈등의 확대 재생산일까? 개신교가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문제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놓고 보름째 '교교(敎敎)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교교갈등은 이념 성향이 다른 교단 사이의 다른 목소리 표출을 넘어 해당 교단 내 노장.소장 그룹 사이의 힘겨루기, 지역별 입장차이로 가지를 쳐나가고 있다. 우선 지난 15일부터 지금까지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 앞부터 광화문까지 십자가를 앞세운 기독교인들이 보안법 폐지를 위한 걷기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와중에 전국목회자정의평화실천협의회, 반전평화기독연대 등 진보 그룹은 보안법 폐지가 제도적 민주개혁을 앞당길 수 있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해 힘을 보탰다.

반면 한국 교회 주류에 속한 교단과 연합단체는 이를 되받았다. 보안법 폐지 십자가 행진을 시작한 당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가 교단 정기총회 기간에 시국선언문을 발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사립학교법 개정 반대^행정수도 졸속 이전 추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도 24일 비슷한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해 개신교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이 기간에 기독교대한감리회도 15일 보안법 폐지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고, 보수 성향의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와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 역시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곧 이어 교단 내 갈등 양상이 벌어졌다. 통합총회 이명남 목사, 정우겸 목사 등 목회자 20여 명은 16일 소망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회가 발표한 시국선언은 공평성이나 역사관이 없는 선언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감리교 홈페이지(www.kmc.or.kr)와 감리교 내 갱신그룹인 감리교희망연대 홈페이지(www.kmchope.com)에서도 국보법 폐지 반대 성명을 낸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갈등 증폭 양상을 거듭했다. 갈등은 지역별로도 달랐다. 이를테면 광주.전남지역 기독교 NGO 단체들도 연합하여 보안법 폐지에 한 목소리를 냈다. 광주NCC.광주YMCA.광주YWCA는 22일 성명을 내고 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김종희 뉴스앤조이 대표는 "이런 갈등이 소모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차피 교회가 진공이 아닌 사회 내에 존재한다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1970년대 이후 축적해온 교회의 사회참여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오는 미숙함이 교인 상호간에 상처를 주지 않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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