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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서해교전 지시안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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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이 4일 정상회담 이야기 보따리를 또 풀었다.

그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까지 동승(同乘)한 시간을 포함, 총 11시간30분간 단독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다음은 朴장관의 주요 발언내용.

◇ 평화정착〓金대통령은 과거 남북간 무력충돌과 간첩사건 등에 관해 상세히 설명했다. 金위원장에게 이를 요약한 인쇄물을 건네주기도 했다.

金대통령은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민족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 는 점을 강조했고, 金위원장도 "맞다" 며 공감을 표시했다. 金대통령은 햇볕정책이 흡수통일이나 북한의 목 조르기가 아니라는 점도 설명했다.

金위원장은 특히 서해 연평해전에 대해 "상부의 지시를 안 받고 한 일" 이라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핵.미사일 같은 대량 살상무기 개발이 한반도 평화유지에 도움이 안 되며 외국투자 유치에도 득이 안 된다" 고 설득했고, 金위원장도 공감을 표시했다.

◇ 경제협력〓金대통령은 "도로.철도가 연결돼 시베리아로 빠져나가면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고 북한은 통행료만 받아도 큰 도움이 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金위원장은 "북에는 광산이 많으니 철도가 지나가는 곳에서 광물을 실어 남측 제련소에 보내고, 거기서 제련한 광물을 남측이 쓰고 나머지를 보내주면 된다" 고 말했다고 朴장관은 밝혔다.

金위원장은 지난 5월 자신의 중국 방문과 관련, "중국측이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지역을 보여주려 했지만 중국의 실리콘밸리를 방문했다" 며 "중국의 개혁.개방은 성공했고 참고하겠다. 그러나 우리식대로 가겠다" 고 말해줬다고 설명했다.

金위원장은 중국측에 "혹시 남한에 말려들 경우 중국이 지켜달라" 고 말했다고 한다.

◇ 이산가족〓북한은 이산가족 문제에 부정적이었고, "헤어진 지 50년 됐는데 뭘 또 만나나. 통일돼서 만나면 되지" 하는 식의 반응이었다.

그러나 金대통령이 "金위원장은 효심이 지극하고 어른을 공경하는데 헤어진 가족들을 서로 만나게 해주는 것이 좋다" 고 끈질기게 설득하자 金위원장의 태도가 조금씩 변하더니 나중에는 '통 크게 하자' 며 합의서에 포함시켰다.

◇ 합의서명 뒷얘기〓金위원장은 처음에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신 서명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金대통령이 "어제부터 회담을 계속했는데 이렇게 하려고 했느냐. 이것을 갖고는 못 돌아간다" 며 한시간 이상 설득, 결국 金위원장이 "전라도 고집에 졌다" 며 서명에 합의했다. 金위원장은 "서명하면 지킨다" 는 얘기를 10번 이상이나 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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