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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조직 경직성 이번엔 풀릴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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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공무원 조직은 어떤가. 한번 커진 조직은 웬만해서는 줄어들지 않는다. 바로 ‘파킨슨의 법칙’이다. 이 법칙은 공무원의 수는 해야 할 업무의 경중이나 유무에 관계 없이 일정 비율로 증가한다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 법칙만큼 현실에 잘 들어맞는 것도 없다. 조직을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 그것을 검토하기 위한 조직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공무원 조직이니 말이다. 조직이 쪼그라들면 부서장은 부하들에게서 능력 없는 사람으로 간주되니 구조조정 소문이 나오면 실·국장은 조직을 사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뛴다. 그리고 대부분은 오랜 ‘검토’ 끝에 유야무야된다.

조직을 확대해야 할 때도 공무원 조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예를 들어 신종 플루 등 사회적 재난이 발생하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지원 등으로 행정수요가 늘어난다고 하자.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증원을 요구했다가는 분위기 파악도 못하는 사람으로 찍히기 쉽다. 중앙 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사무관 한 명을 늘리려면 승인권을 쥔 행정안전부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어야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힘 있는 부처는 산하기관에서 온 파견인력으로 땜질하거나 TF로 임시변통한다. 직제에 없는 조직을 편법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공무원 조직은 한마디로 조직의 탄력성이 없다. 경직되어 있다. 줄이는 것도 어렵고 늘리기는 더 어렵다. 그러다 보니 한 부처 안에서 일손이 달려 야근을 밥 먹듯 하는 부서가 있는가 하면, 일거리가 없어 고민하는 부서가 공존한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가 원인이다.

해결책은 간단하다. 먼저 일거리가 없는 부서의 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그 다음에 업무가 늘어난 부서를 확대하면 된다. 기업에서는 하루 아침에 뜯어고칠 일이다. 그런데도 공공분야에서는 시행되지 않았다.

정부가 뒤늦게 문제점을 깨달았다. 정원의 5%를 별동대로 운영하는 ‘유동(流動)정원제’를 도입하겠다고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했다. 내년부터 86명을 뽑아 업무량이 증가한 재난안전 점검, 정보보안체계 강화 분야 등에 재배치하겠다는 것이다.

선결 과제는 부서마다 불필요한 일을 줄이는 것이다. 서류상으로만 남아 있거나 형식적인 일을 과감하게 버리면 된다. 필요 없는 일,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해당 부서장이 제일 잘 안다.

공무원의 저항과 동요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 제도의 핵심은 불필요한 일을 버림으로써 여유 인력을 창출하는 데 있다. 불필요한 사람을 솎아내는 것이 아니다. 정원은 그대로 유지된다. 조직의 탄력성이 이번엔 어느 정도가 될지 궁금해진다.

김상우 사회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