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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삼성등 5개사 '돈 걱정없는' 이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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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투신 부실과 금융권 구조조정·은행권의 대출 기피로 대부분 기업들이 돈가뭄에 시달린 지난달 하순 대기업 재무팀장들을 대상으로 본사가 실시한 자금난 대책 설문조사에서 삼성·LG·롯데·제일제당 등 4개 그룹은 “자금에 여유가 있어 특별히 대책을 세울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했다.SK그룹도 “현재 유동성이 풍부하며,더 나은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 걱정이 없다=삼성그룹 14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69조여원으로 전체 상장사(8백81개)시가총액 2백91조원의 23.7%에 이른다.현대의 경우 15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21조원이다.

삼성의 올 상반기 그룹 전체 순익이 3조7천억원이며,연말에 가면 8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삼성 관계자는 “올해 계획한 8조원 정도의 신규투자를 대부분 자기자금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상반기 순익이 1조5천억원이며,연말까지 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LG 관계자는 “주력인 화학과 전자의 매출과 이익이 늘어나 현금흐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SK는 지난해 주요 계열사의 증자를 마무리했다.SK증권의 부실 요인이 많았지만 외자를 유치했고,정유·이동통신은 현금 장사여서 자금 걱정이 거의 없다.SK그룹은 올해 55조원 매출에 2조여원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이 올해 백화점 3곳과 할인점 10여곳을 열고 슈퍼마켓 사업에 뛰어드는 등 1조여원대의 신규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아직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신용등급이 최상급이어서 설사 자금을 차입하더라도 최저 금리를 적용받고 있다.

제일제당은 삼성생명 주식 1백90만여주(시가 6천억원 상당)등 1조여원 상당의 유가증권을 갖고 있다.인터넷 사업체인 드림라인을 제외하곤 적자보는 사업이 없어 항상 2천억원 내외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외환위기 전부터 노력한 덕분=이들 그룹은 대부분 외환위기 이전부터 구조조정에 주력했다.삼성은 1993년 신경영 방침에 따라 주력업종을 3∼4개로 압축하고 계열사를 97년말 59개에서 45개로 정리했다.

외환위기 이후에는 인력·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16만7천명(97년말)이었던 직원을 지난해 말 11만3천명으로 32% 감축했다.

LG는 지난해 LG반도체 등 사업매각으로 6조원 가량을 확보했고 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동제련·빌딩설비 사업 분야 등에서 28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98년말 3백41%였던 부채비율을 지난해말 1백84%로 낮췄다.

SK는 95년부터 인원과 조직을 줄이고 계열사를 통합했다.다음달 말에는 SK상사(무역)·SK에너지판매(에너지·화학)·SK유통(정보통신)등 3개 기업을 통합해 ‘SK글로벌’을 만든다.SK는 80년대 초반 유공을 시작으로 한국이동통신 등 성장업종에 대한 인수·합병(M&A)를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롯데는 80년대초부터 낮은 부채비율로 금리 부담을 최소화해왔다.지난 4월말 현재 그룹 의 부채비율은 76.3%다.식품·관광·유통 등 주력 사업이 업계 수위이며,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면 일본 롯데에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등 배경이 든든하다.

제일제당은 신규 투자는 현금 유동성이 확보되는 범위 안에서 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필요하면 유가증권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지난해 말 차입금은 98년말보다 1천억원이 줄어든 9천억원선이며,현재 그룹 부채비율은 1백5% 정도다.

◇주력기업의 사업전망이 좋다=조인하 공인회계사(삼일회계법인)는 “반도체·TFT-LCD 등을 기반으로 삼성전자의 수익구조가 탄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반도체 경기는 기복이 있긴 해도 디지털 시대를 맞아 수요가 장기적으로 늘어날 품목이며,삼성전자가 섬두 회사로 수년동안 계속 돈을 벌어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를 분석한 DKB증권 이재혁 부장(애널리스트)는 “LG전자는 LG정보통신과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아직 별로 없지만 화상단말기 등 미래형 첨단제품을 본격 생산할 2002년쯤부터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LG전자 해외판매망을 통해 정보통신 제품을 팔 수 있다는 점이 합병의 가장 긍정적인 효과”라고 말했다.

이정희 공인회계사(안건회계법인)는 SK텔레콤에 대해 신세기통신과의 결합으로 국내 기반이 탄탄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도·브라질 등에서 해외사업이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를 기반으로 해외진출의 2단계 도약을 준비중”이라면서 “국내 기반이 좋고 임원들과 이사회가 합리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기 때문에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 계열사의 회계감사를 15년동안 맡아온 김도성 상무(안진회계법인)는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하는 등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구조조정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평가된다”며 “회사 신용도의 잣대라고 할 수 있는 차입금리가 연 7∼8%의 최저 수준인 것에서도 보듯 한마디로 리스크가 없는 회사”라고 말했다.

그는 “롯데쇼핑의 경우 지난해 3천9백억원의 이익을 내 사내유보금이 1조5천4백억원에 이른다”고 덧붙였다.

제일제당에 대해 쟈딘플레밍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상당액의 삼성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현금흐름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본다”며 “올해 인터넷사업과 39쇼핑 인수 등 대규모 투자를 마무리한데다 현재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사업구조 조정작업이 진행중이어서 앞으로는 더욱 견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동섭·차진용·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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