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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성장 둔화 대비…한국 내수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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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의 생산력과 미국의 소비력, 세계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이 두 엔진의 속도가 내년에는 현저히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월가의 대표적인 경제분석가로 꼽히는 모건 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사진)는 지난 22일 홍콩에서 열린 포브스 글로벌 최고경영자 회의에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올해 4.5%에서 3.7%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앙일보 포브스코리아는 스티븐 로치와 단독 대담을 하고 세계.한국 경제 전망과 과제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김정수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장(경제학박사)이 맡았다. <전문은 포브스코리아 10월호 참조>

-세계 경제가 내년에 둔화하고 나아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보는 이유는.

"주요 요인은 미국 경제가 약해지고 중국은 둔화하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약해진다고 보는 이유는 미국 소비자들이 고용시장 악화와 더딘 소득 증가로 궁지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저축은 없이 많은 빚을 떠안고 있다. 중국은 과열된 경기를 가라앉히기 위해 단호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경제가 (당연히)침체에 빠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컨대 고유가 같은 외부 충격이 올 경우 침체 위험이 높아질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중국의 공백을 메울 가능성은 없나.

"일본이나 유럽은 성장세가 주춤해져 공백을 메우지 못할 것이다. 지난 1년간 강한 성장세를 보인 일본은 이미 주춤거리고 있다. 중국의 성장속도가 늦춰지면 대만도 영향을 받게 된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다."

-당신은 한국 경제 역시 비관적으로 전망했는데, 문제가 무엇인가.

"내수와 수출의 불균형이 문제다. 한국은 내수 기반이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해외 수요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너무 크다. 지난해 수출 증가액의 45%를 중국에서 올렸다. 따라서 중국의 성장세가 꺾이면 한국은 타격을 받게 된다. 내수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다. 이미 가계대출과 신용카드로 소비를 진작시켰다 거품 붕괴의 후유증을 겪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국 같은 나라는 수출로 먹고살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중국 의존도를 무턱대고 낮추거나 수출을 줄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경제성장의 동력에 균형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신용이나 부동산 거품을 차단하면서 내수를 부추길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한국의 정치사회적인 여건, 예컨대 적대적인 노사관계와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경제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한국의 독특한 사회구조와 문화가 장기적으로 생산성이나 잠재성장률 등 경제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장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정리=중앙일보 포브스 홍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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