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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전용 인터넷 방송국·웹진 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63면

지난 24일 오후, 신세대가 북적대는 서울 대학로. 교복 차림의 고교생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다 지나가던 또래 남학생에게 다가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안녕하세요. KYBC(한국청소년인터넷방송)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댄스곡이 뭔가요. " 앳된 얼굴의 여학생이 여드름 투성이 남학생과 인터뷰를 하는 사이 또다른 남학생은 연신 땀을 흘리며 카메라를 들이댄다.

1997년 말 사단법인 '한국청소년마을' 이 설립한 KYBC의 취재 현장이다.

KYBC는 요즘 하루 시청자가 1천명이 넘는 10대 최고의 인기 인터넷방송. 게시판.e-메일은 물론 학교소개.연예.오락 등의 콘텐츠까지 어른들이 만드는 사이트 못지 않게 다양하고 세련됐다. 다른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배너 광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동안 청소년 권장 사이트로 소개된 적도 많다.

청소년 대상의 인터넷방송이나 웹진이 '1318(13~18세)세대' 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들 사이트는 대부분 당사자인 10대가 직접 기획.제작은 물론 서비스까지 맡아 내용이 톡톡 튀면서 현실적인 '눈높이 콘텐츠' 라는 게 장점.

KYBC의 하선경 기획관리실장은 "10대들은 어른들의 잣대가 아닌 자신만의 사이버 문화공간을 갖고 싶어 한다" 며 "청소년 전용 인터넷방송이나 웹진이 급증할 것" 이라고 말했다.

KYBC의 앵커를 맡고 있는 이지연(18.영락여상 2년)양은 "제가 궁금하고 관심 갖는 아이템들이 시청자에게도 필요한 정보가 된다" 며 "제작자와 시청자가 같다 보니 호응도가 높다" 고 자랑했다.

프로듀서인 천아람(배명고 2년)군은 "지난해만 해도 가족이나 선생님이 방송 참여를 말렸지만 요즘은 교장 선생님이 적극 추천하는 등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고 말한다.

현재 청소년 대상의 인터넷 방송으론▶한국청소년인터넷방송▶사가라디오▶1318클래스▶우리 TV▶하자인터넷방송 등이, 웹진으론 ▶아이누리 플래넷▶채널10▶넷틴▶알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이트는 대부분 수십~수백명의 청소년들이▶문학▶연예▶오락▶패션▶교육▶게시판▶e-메일 등 신세대 정서에 맞는 다양하고 풍부한 기사들을 취재해 담고 있다.

KYBC의 경우 현재 방송단원이 6백여명에 이르고, 2백50여명의 학부모까지 참여한다. 홍정훈(선덕고 2년)회장은 "전국에 걸쳐 방송단이 활동하기 때문에 방송 내용이 서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것도 인기 비결" 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종로 2가. 대표적인 청소년 웹진(인터넷 잡지)인 아이누리 플래넷의 기자(넷키드)들이 최근 유행하는 10대 패션을 취재 중이다.

강주현 편집장은 "어른들의 시각에서 만드는 기존 잡지보다 재미있고 유익하다는 e-메일이 많이 온다" 고 말했다.

교육문화재단인 '문화전략21' 이 정보통신부의 지원으로 지난 4월 창간한 아이누리는 90여명의 중.고생이 활동하고 있다.

이름은 '아이(아이들 혹은 I)' 와 세상을 뜻하는 '누리' , 행성을 뜻하는 'planet' 의 합성어. 사이트는▶문학▶인터넷▶드림▶스타일▶캐릭터▶별난별 등 8개 지역(Zone)으로 구성, 10대 정서에 맞는 다양하고 풍부한 기사들을 싣고 있다.

이광섭 기획팀장은 "Zone마다 동아리방이 있어 관심거리를 교환하고,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볼 수 있게 했다" 며 "초등학생은 중.고생 누나와 형의 건전한 문화를 접하면서 발전적인 지적 성장을 꾀할 수 있다 "고 소개했다.

넷키드인 최다혜(신경여실 3년)양과 최재현(영일고 2년)군은 창간호에 자신의 글과 그림을 발표했다. 최양은 "아이누리는 초.중.고생까지 연령에 관계없이 서로 존중하며 즐길 수 있는 사이버 문화공간" 이라고 소개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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