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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1호 경전철 시험운행 동승해 보니] 고무 바퀴 … 승용차 탄 느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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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 우리 기술로 개발된 경전철이 지난 1일 시험운행을 시작했다. 운행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무인 기관실에 시험장 관계자가 앉아있다. 조문규 기자

"출입문을 닫겠습니다. 전동차 출발하겠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온 뒤 문이 자동으로 닫히고 전동차가 미끄러지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윙'하는 가속음이 지하철과 비슷했지만 느낌은 달랐다.

고무바퀴를 부착한 전동차여서 철제바퀴인 지하철과 달리 승차감이 훨씬 나았다. 승용차를 탄 듯 고무바퀴의 탄력이 그대로 전해졌다. 덜컹거리는 지하철의 소음 대신 차 바퀴가 콘크리트 궤도에 닿는 소리만 약간 들렸다. 출발할 때나 가속할 때는 바퀴의 탄력 때문에 차체가 다소 울렁거렸다.

6일 경북 경산시 남천면 흥산리 무인 경량(輕量)전철(경전철) 시험장. 1999년 개발에 착수한 뒤 6년 만에 우리 기술로 만든 국산 1호 경전철이 콘크리트로 된 궤도를 따라 질주했다.

하지만 기관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종합사령실에서 원격조종하는 무인 운행방식이기 때문이다. 전동차는 다음 정거장의 정지선에 맞춰 정확하게 섰다. 안내방송과 함께 전동차의 문과 정거장의 스크린 도어가 열렸다가 다시 닫히고 전동차는 다음 정거장으로 향했다. 속도를 내다 갑자기 서행하는 등 가속과 감속을 되풀이했다.

시속 10㎞에서 전동차 성능 최고속도인 70㎞를 넘나들었다. 함께 탑승한 시험장 관계자는 "급격한 가속과 감속에도 이상이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동차는 길이 2.3㎞의 시험선을 6분 만에 왕복한 뒤 출발한 정거장에 멈췄다.

종합사령실의 계기판에는 운행속도가 숫자로 표시되고 전동차를 표시하는 붉은 선이 상황판에 표시된 선로를 따라 움직였다. 차량운행제어 담당 정낙교(41.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사는 "가속.감속 때 전동차가 약간 덜컹거린 문제가 있었지만 이젠 완전히 해결됐다"고 말했다.

국산 경전철 전동차가 지난 1일부터 신뢰성 시험에 들어가면서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신뢰성 시험은 전동차가 실제 운행하는 것을 가정해 점검하는 마지막 단계다. 시험을 마치는 연말께 순수한 우리 기술로 개발된 경전철이 탄생하는 것이다. 명칭은 'K-AGT'(Korea-Automated Guideway Transit). 전동차는 요즘 매일 200㎞를 운행하고 있다.

전동차는 지난해 12월 정부 출연기관인 철도기술연구원이 업체들과 함께 개발했다. 건설비와 운영비가 많이 드는 지하철을 대체할 새로운 교통수단이 필요해서였다. '무인 운전 경량전철시스템 개발사업'에는 건설교통부의 지원금 370억원과 업체 부담금 133억원 등 모두 503억원이 들어갔다. 연구팀은 전동차, 전력공급시스템, 신호제어시스템, 선로구축 등 모든 시스템을 우리 기술로 만들어 냈다. 이 전동차는 도시 미관을 고려해 지하철과 달리 전력 공급선을 천장에서 바퀴 옆으로 돌리고 고무바퀴를 단 것이 특징이다. 무인 운전방식이어서 운영비도 지하철의 절반 수준이라는 것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경산=홍권삼 기자 <honggs@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 경량 전철=크고 무거운 중량(重量)전철인 지하철보다 작아 경량전철 또는 경전철로 불린다. 일본.독일.영국.프랑스 등에선 30여 년 전에 건설돼 대중교통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주로 도로변이나 중앙분리대에 지름 2~2.5m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레일을 깔아 무인 또는 유인 방식으로 운행된다. 모노레일식, 자기부상식, 노면 전차식, 고무바퀴식 등 종류가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서울, 경기도 용인.의정부.광명시 등 27개 지자체가 43개 노선(670㎞)의 경전철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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