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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의선 연결 서두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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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남북 정상회담이 가져다 준 크고 작은 성과나 변화 조짐 중 남북간 철도 연결은 그야말로 '피부에 와닿는' 벅찬 감회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우리 대표단의 평양 체류기간 중 '통일열차' 가 언급됐고, 특히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양측이 경의선 철도 복구에 군(軍)을 동원하자" 는 제의까지 했다.

1945년 미.소 양군의 한반도 주둔과 함께 운행이 끊어진 철도 구간을 잇는 사업은 상징성이 클 뿐 아니라 6.15 공동선언이 표방한 '민족경제의 균형발전' 을 위해서도 최우선적으로 착수해야 할 과제라고 본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대국민 보고에서도 강조한 것으로 보아 몇몇 단절구간 중 특히 경의선은 남북이 가장 먼저 잇기로 이미 합의를 본 듯하다.

복구작업의 용이성이나 예상 물동량.파급효과를 보더라도 '통일열차 1호' 가 달릴 만한 구간이다. 철로도 남북 모두 표준규격이라 문제가 없다.

공사기간 19개월 정도에 비용도 남북을 합쳐 1천5백억원 정도라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옳다면 곧바로 착수할 수 있는 남북간 대동맥 연결 작업이기도 하다.

다음달께 당국자간 회담이 열리면 구체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고 공사 착수에 필요한 현장 점검을 하기 바란다.

경의선 복구는 현실적으로 당장 남북 경협에 끼치는 '윈-윈 효과' 가 크다. 현재 20피트 규격 컨테이너 한 개를 배로 인천에서 남포까지 옮기는 데 9백~1천달러가 든다. 그러나 철도로는 서울에서 평양까지 30% 수준인 3백달러면 충분하다. 엄청난 물류비용의 절감이며 남북 경협의 동맥 구실을 할 수 있다. 시베리아 철도나 중국의 만주횡단철도와 연결할 경우 이야말로 金대통령이 말한 '철(鐵)의 실크로드' 시대가 새롭게 열리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 외에 군사적 긴장완화.화해 분위기 고양 등 불과 20㎞ 거리를 연결하는 것만으로 남북한에 돌아올 많은 혜택을 외면하거나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본다.

몇몇 대기업이 이미 철도 복구에 관심을 표명했지만 우리는 전체적인 큰 그림은 정부가 앞장서서 체계적으로 주도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우선 기존 단선(單線)구간을 한시바삐 이어야 하며, 시차를 두고 복선화 작업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북한 지역의 복선화 비율은 전체 2% 수준이니 그 비용이 엄청날 것이다.

우선 신의주.남포.해주.개성 등 북한 서부지역의 공단.산업시설을 위해 철로 연변에 송.배전시설 공사와 함께 복선화를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

당국간 회담과는 별도로 국회에서도 추경편성 등에서 재원을 적극 뒷받침해 주는 게 옳다고 본다. 경의선 복구로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한반도의 대동맥이 다시 통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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