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앙 시조 백일장 9월] 이달의 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폭염과 태풍의 여름, 그만큼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 가을이 오고 있다. 이마에 와닿는 소슬한 바람, 푸르도록 깊은 하늘, 아마 그 설렘과 기대 때문일까. '가을'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이 투고됐다.

'한탄강, 가을'을 장원 작품으로 뽑는다. 둘째와 셋째 수 종장처리에서 보듯 절제와 여운이 잘 살아나고 있다. 같이 보내온 작품들이 고르게 일정 수준을 넘어서고 있어 기대가 된다. 그러나 아직도 군데군데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눈에 띈다. 이를테면 '사연 여럿'이라든지 셋째 수 초장 첫 구의 연결 등은 부자연스럽다. 율독을 통해 가락을 무리 없이 타는 법을 체득해주기 바란다.

'옆길로 접어들다'를 다음 자리에 올려놓는다. 이 작품은 언뜻 보기에는 밋밋하기 그지없어 맺고 끊는 시조의 장점을 잘 살려내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오늘의 시조단에서 찾기 힘든 존재론적 성찰이 미약하게나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었다.

하나의 지적 사유를 올곧게 밀고 나가는 성찰적 시편들은 자칫하면 관념화로 흐르기 쉬운데 둘째 수의 구체적 발견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 있어 믿음이 간다. '숲 속 한 낮'은 적막하기 그지없는 오수(午睡)의 한낮을 깨우는 청설모의 "곧추세운 꼬랑지" 하나의 생생함을 잘 포착하고 있다. 각 수를 명사형으로 똑똑 끊어버린 어조의 처리가 걸린다. 시에서의 연(聯) 연결이 자연스러워야 하듯 시조에서도 이점은 매우 중요하다. "~(하)다"의 종결형 어미보다는 다양하게 변화를 주는 것이 시적 긴장을 높이는 데 훨씬 효율적이다. 말줄임이나 감탄(…하는가, 아! 등), 놀라움(…하다니) 등으로 변화를 유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광.김경하.박함규.손용석(경복고 3년).최상남 여러분의 작품이 끝까지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심사위원:유재영.이지엽>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