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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자 입맛대로 … 아파트도 맞춤 디자인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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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인천시 남동구 도림벽산블루밍(전용 105㎡)에 사는 민모(45)씨의 아파트는 단지 내 하나밖에 없는 구조다. 원래 방이 3개로 설계됐으나 벽을 허물어 방을 1개 줄이고 거실을 넓혔다. 또 천장을 우물형으로 만들고 벽은 돌로 마감해 갤러리 같은 느낌이 든다. 현관에는 벤치를 놓고 주방 한쪽엔 가계부·공과금 정리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는 시공사인 벽산건설이 계약자인 민씨의 요구대로 맞춤형으로 시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아파트 디자인도 소비자가 고르는 시대다. 아파트를 분양받고 계약할 때 소비자가 평면·마감재·가구 종류와 색깔 등을 선택하면 시공사가 그대로 지어주는 것이다. 벽산건설 설계팀 이재면 차장은 “다양해진 주택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 아파트를 지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어준 대로 살기’에서 ‘원하는 대로 살기’로 변하는 것은 주택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이 많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요즘 건설업체들은 아파트를 분양할 때 보통 5~10가지의 선택·맞춤형 설계를 내놓는다. 방과 방, 거실과 방, 방과 주방 사이 벽을 트는 등의 공간변화가 일반적이고 가구 색깔이나 마감재 등에서도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진다.

지난 6월 입주한 수원 화서동 벽산블루밍 59㎡형(이하 전용면적) 580가구 가운데 35%가 방을 터서 주방을 확장했고, 122㎡형(68가구)은 35%가 방 2개를 합쳐 안방을 키웠다. 최근 분양한 대전 도안신도시 파렌하이트 아파트는 계약자의 25%가 주방에 수납공간 대신 주부 전용 공간 설치를 요구했고, 현관에는 수납장 대신 벤치를 만들겠다는 사람이 80%를 웃돌았다. 드레스룸에는 붙박이장과 화장대를 놓는 집이 반반이었다.

10월 분양한 청라 굿모닝힐에서도 계약자의 20%가 침실을 넓게 쓰는 것을 선택했고 영종지구 한양수자인 59㎡형(238가구) 계약자의 98%가 임대할 목적으로 한 집을 두 집으로 꾸미는 평면을 선택했다. 인테리어의 선택권도 넓어졌다. 화서블루밍 122㎡형의 입주자 12%는 문·주방가구 등을 하얀색으로 칠했고, 6%는 갈색, 82%는 어두운 갈색을 선택했다. 계약자들의 요구에 따라 맞춤 디자인으로 시공할 경우 건축비가 보통 1~2% 추가된다. 하지만 분양가 심의 때 반영되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시공사가 부담을 떠안는다.

 임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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