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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투자 대만경제인 수난…양안관계 꼬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중국.대만.홍콩 경제인들은 울상이다. 남북한 관계는 순풍에 돛단 듯하나 양안관계는 자꾸만 꼬여가는 탓이다.

중국 최고 지도부는 8월 베이다이허(北戴河) 여름회의의 최우선 의제를 '대상(臺商.대륙에 투자하는 대만 경제인) 길들이기' 로 정했다고 명보(明報)등 홍콩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했다.

'대상 길들이기' 의 골자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개적으로 지지해야 대륙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대만 정부를 의식해야 하는 대상들로선 진퇴양난이다.

몇몇 대상들은 이미 '독립 반대' 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공개지지하는 건 또다른 문제다. 조국을 배신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홍콩 카드' 도 들고 나왔다. 신화사(新華社) 홍콩분사의 후신인 주홍콩중앙연락판공실(중련판)의 허즈밍(何志明) 대만사무부 부부장은 지난달 31일 "홍콩기업이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대만 기업과 합작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홍콩 경제계가 발칵 뒤집혔다. 결국 둥젠화(董建華)행정장관이 장언주(姜恩柱) 중련판 주임과 만나 "홍콩 상인은 자유롭게 합작사를 선택할 수 있다" 고 얼버무렸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내리누르려는 기색이다.

더구나 대만 정부도 대상을 윽박지르고 있다. 대만 행정원 신문국 중친(鍾琴)국장은 3일 "대상들에게 국가안전세를 징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대상들은 "5백만달러 이상의 대륙투자를 금하고, 사안별 투자금지 종목을 명시한 계급용인(戒急用忍)정책의 부활" 이라고 반발했다. 이같은 상황진전은 대상들만 괴롭히는 게 아니다.

대륙과 홍콩의 기업도 당황하고 있다. 대륙에 진출한 대상 4만여명이 투자한 금액은 총 4백억달러에 이르며 대상 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대륙인은 2천만명이 넘는다.

대상들의 홍콩 투자는 1백억달러를 넘어섰다. 일본을 제치고 대륙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투자액수다. 결국 대상들의 고통은 대륙과 홍콩 기업들의 그것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은 최근 정상교역국의 지위를 부여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채찍을 포기했다. 그러나 중국은 대만을 길들이기 위해 경제적 곤봉을 휘두르고 있는 셈이다.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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