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 개원연설 안팎]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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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2월 25일 국회 앞마당에서 취임식 연설을 한 이후 처음으로 5일 본회의장에서 20분간 연설했다.

연설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당부하는 것과 국정운영에서 야당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金대통령이 야당을 존중하겠다고 말한 대목에서는 큰 박수가 나왔다.

金대통령은 "과거(15대 국회 때)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자" "여러분과 제가 맡은 소임을 다하자" 는 다짐 부분에서 '맹세(盟誓)' 라는 표현까지 썼다.

◇ 어렵게 이뤄진 연설〓한나라당은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에 관한 법안을 철회해 줄 것을 요구하며 이를 대통령 연설과 연계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고심 끝에 국회의장 앞에서 이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하는 것으로 한나라당의 참석을 끌어냈다.

◇ 金대통령과 이회창 총재의 어색한 만남〓연설 직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3부 요인과 3당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10여분간 간담회가 있었다. 李총재의 말엔 뼈가 들어 있었다.

▶金대통령〓(연설에) 의원들 전부 참석해 줘 고맙다.

▶李총재〓김영삼 전 대통령 때 야당(96년 15대 국회 개원식 때 국민회의)이 불참한 게 보기 안좋아 우린 그런 모습을 안보이려고 했다.

▶李총재〓(李容勳 중앙선관위원장에게) 선관위가 고발한 것을 검찰이 불기소해 큰일났다. 재정신청이라도 제대로 하라.

▶金대통령〓이번에 선관위가 열심히 했다.

▶李총재〓선관위가 열심히 한 건 맞는데 검찰이 제대로 안해 탈이다.

▶金대통령〓(웃으며) 李총재께서 선거 얘기를 하니 나는 가야겠다. (모두 웃음)

전영기.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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