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거래세 감면 연장은 편법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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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정부가 제출한 부동산 취득·등록세 50% 감면 연장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당초 올해 말로 종료될 지방세법의 한시적 규정이었지만 “부동산 거래 위축을 막아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따라 내년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부 측 논리는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 위축은 지난 9월 수도권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정부 스스로 고삐를 죄어 놓고 석 달도 지나지 않아 부동산 시장을 걱정하는, 우스운 모양이 돼 버렸다. 게다가 올 들어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값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국의 부동산 시장도 글로벌 경제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나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일몰제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일몰 시한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해 왔다. 자신과의 약속을 스스로 깨버린 셈이다. 일몰제가 지켜지지 않으면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게 된다. 물론 정부의 고민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3년 넘게 지속돼온 세금 감면이 갑자기 중단되면 부동산 시장에 직격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우리나라의 부동산 취득·등록세 비중이 과도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세금 감면-시한 연장’을 반복하는 편법만 동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 한, 논리는 꼬이고 지방세법만 누더기가 될 뿐이다.

본질적인 문제는 부동산 거래세(취득·등록세)는 지나치게 높고 보유세 비중은 턱없이 낮은 우리의 기형적인 세제에서 비롯된 일이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오히려 부동산 취득·등록세를 절반으로 내리는 게 정상이다. 일몰제의 적용을 받는 한시적인 감면이 아니라 법률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대신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재산세를 비롯한 보유세는 올리는 게 올바른 수순이라고 본다. 더 이상 대증(對症)요법에 매달릴 수는 없다. 잘못된 부동산 세제 구조를 바로잡는 근본적인 처방에 나설 필요가 있다. 정부가 일몰제 원칙을 지키면서 부작용을 막는 방법도 딱 하나밖에 없다. 부동산 세제 개편을 서두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