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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의사등 '합작' 사기범 중국도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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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변호사.의사.경찰관.교정공무원 등이 3천9백억원대 금융 사기사건의 피의자 변인호(卞仁鎬.43)씨를 지난해 해외 도피시키는 데 조직적으로 가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李承玖)는 4일 卞씨 도주 사건에 개입한 혐의(특가법상 뇌물.사기 등)로 변호사 하영주(河寧柱.39).전 서울구치소 의무관 이현(李賢.58).서울 관악경찰서 경사 김우동(金雨東.36).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회장 오호석(吳昊錫.56).卞씨 누나 변옥현(卞玉賢.52)씨 등 12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의정부교도소 재소자 韓모(52)씨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S타운 대표 鄭모(58)씨 등 6명을 수배했다.

◇ 도주 경위〓1997년 11월 검찰에 구속돼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항소심에 계류 중이던 卞씨는 98년 9월 서울구치소에 함께 수감됐던 재소자 韓씨를 통해 河변호사를 소개받았다.

河변호사는 법원으로부터 卞씨에 대한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아내는 조건으로 수임료 2억원을 받기로 한 뒤 재소자 韓씨에게 소개료로 2천만원을 전달했다.

河변호사는 서울구치소 의무관으로 있던 李씨와 구치소 교위 안병두(安炳斗.41.구속)씨에게 "卞씨가 병원에 입원할 수 있도록 소견서를 잘 써달라" 며 각각 3천만원과 1천만원을 제공, 이듬해 1월 법원으로부터 구속집행 정지 결정을 받아냈다.

한양대 병원에 입원한 卞씨는 99년 1월 13일 병실문을 지키던 다른 변호사가 채용한 사설 경호원 송경한(宋慶漢.27.구속)씨를 1백만원에 매수, 병원 난간을 통해 탈출했다.

卞씨는 이어 누나를 통해 여행사 대표 김춘자(金春子.50.구속)씨에게 1천만원을 주고 위조여권을 만든 후 6월 26일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달아났다.

서울지검 파견경찰관으로 97년 11월 卞씨를 검거했던 金경사는 검찰 추적반의 수사 동향을 알려주는 대가로 99년 9월 卞씨측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았다.

◇ 재판과정에 브로커 개입〓卞씨의 1심 재판 과정에서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장 吳씨는 "정.관계 유력인사에게 조기석방을 부탁해 주겠다" 며 1억2천만원을 챙겼다.

또 2심 재판 때는 수배된 S타운 대표 鄭씨가 "법원과 검찰에 청탁해 주겠다" 며 로비자금으로 9천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이 정치권이나 법조계 인사들을 상대로 실제로 로비를 벌이지는 않은 것 같다" 고 말했다.

◇ 도주 후 범행〓卞씨는 99년 12월 한국에 있는 李모씨를 내세워 레이디가구 경영권을 인수한 뒤 융통 어음을 발행, K은행 등에서 할인받는 수법으로 64억원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卞씨측으로부터 돈을 받은 K은행 지점장 조재연(趙載衍.50)씨 등 은행원과 파이낸스 업자 등 3명이 구속됐다.

한편 검찰은 卞씨가 두 아들과 함께 중국 선양(瀋陽)에 머물고 있는 것을 확인, 중국 공안당국과 공조수사를 통해 강제 소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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