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손님맞이 현장] 김정일 DJ숙소 방문할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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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측이 정상회담 준비에 정성을 쏟고 있다."

지난달 31일 남측 선발대로 평양에 갔다 4일 먼저 서울로 돌아온 통일부의 서영교(徐永敎)국장이 전하는 평양의 손님맞이 분위기다.

徐국장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도착(12일)할 평양의 순안(順安)공항에 대한 대대적 정비는 물론 귀로(14일)인 평양~개성 고속도로에선 갈라진 도로를 땜질하고 있다" 고 말했다.

특히 ▶도로주변 농가의 담벽을 산뜻하게 도색 중이며▶평양~개성간 도로 근처 농로 정비까지 나서 전원도시의 느낌을 줄 정도로 꾸미고 있고▶평양 번화가인 광복거리 주변에선 도색과 함께 풀을 뜯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는 것.

평양 선발대(대장 孫仁敎 남북회담 사무국장)가 가져간 체크리스트는 경호.의전.통신 등 4백80개 항목. A4용지 50여장 분량의 '분야별 중점 협의 상황 및 점검목록' 이다.

徐국장은 "보도라인을 어떻게 그을 것인지를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모두 합의됐다" 고 말했다.

북한은 구체적인 일정을 짜는 데도 적극적이라는 것. 우선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간의 첫 정상회담이 첫날(12일) 바로 이뤄지는 것은 "고무적인 대목" 이라는 게 우리측 설명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박3일간 짧은 일정이어서 도착 직후인 첫날 회담이 이뤄지면 金위원장의 DJ 숙소 방문 등 공식.비공식 접촉 숫자가 극대화될 수 있다" 고 기대했다.

여기에다 金대통령이 방문할 지역.공연장에 대해 복수안을 제시, 선택권을 우리측에 넘겼다고 한다.

과거 남북 고위급회담 때의 일방 통보식 관행에서 벗어났다는 것.

미묘한 대목인 경호문제도 예상과 달리 쉽게 풀렸다고 한다.

선발대로 갔다가 함께 돌아온 청와대 구영태(具永太)경호처장은 "북한측 파트너인 호위총국과 신뢰를 바탕으로 충분히 협조해 상호 만족하고 있다" 고 말했다.

우리측이 요구한 청와대 요원의 무기 소지 부분을 북측이 받아들였다고 한 당국자가 전했다.

경호실 선발대원들은 金대통령의 숙소가 될 백화원초대소의 아침 안개 등 주변 환경과 익숙해지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북측의 김영성 최고인민위원회 상임위 참사(부상급), 최성익 조평통 서기국 부장이 두차례에 걸쳐 우리측 선발대에 만찬을 내며 협조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은 "북한측은 구구한 세부 일정 문제에 얽매이기보다 손님맞이에 전념하겠다는 입장" 이라며 "2~3일 내에 북측이 확정된 체류일정을 통보해 올 것" 이라고 밝혔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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