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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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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국내에서는 판매가 신통치 않아 ‘미운 오리 새끼’ 취급을 당하지만 해외에서는 빛을 보는 자동차가 여럿 있다.

이런 차는 대부분 소형차다. 경차는 취득·등록세가 전액 면제되는 등 혜택이 많지만 1300~1500㏄급 소형차는 큰 차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의 준중형차 선택에 밀려 항상 판매는 하위권이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클릭은 올해 1~11월 국내에서 5345대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수출 규모는 10배가 넘는 6만5707대나 됐다. 클릭은 특히 유럽에서 인기다. 단단한 차체에다 깜찍한 디자인으로 ‘경제성이 좋은 차’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클릭의 차세대 모델인 i20는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형차’ 5위권에 들지만 국내에는 아예 출시할 계획조차 없다. 출시해봐야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GM대우의 소형차인 젠트라도 내수 판매는 1~11월 2803대에 불과했지만 수출은 14만3012대에 달했다. 전체 판매에서 수출 비중이 98%가 넘는다. 젠트라 역시 단단한 차체에다 기본 성능이 뛰어나고 연비도 경쟁 일본차에 뒤지지 않아 특히 미국과 중남미에서 인기다. 화려하게 튜닝한 젠트라X는 미국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의 구입 선호도에서 선두에 오를 만큼 인기다.

KB투자증권 신정관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한국에서는 사회적 지위 등으로 소형차를 외면하는 분위기에 따라 클릭이나 젠트라가 빛을 보지 못하지만 해외에서는 경제성이 뛰어난 차로 인정을 받아 수출에서 효자 노릇을 한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M5’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산차 처음으로 파노라마 선루프를 장착하고 트렁크를 위·아래로 나눠 열 수 있는 ‘클램셸 테일게이트’ 등의 신기술로 2007년 말 출시할 때만 해도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프랑스풍의 디자인에다 동급 모델보다 10% 정도 비싼 가격 때문에 점점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달 국내에선 530대 판매하는 데 그쳐 판매량이 르노삼성의 대형 세단인 ‘SM7’(1768대)의 30%에 그쳤다. 1~11월 누계 내수 판매도 7954대로 르노삼성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가 감소(27%)했다. 하지만 수출은 사정이 다르다. 르노 브랜드를 달고 ‘꼴레오스’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유럽과 중국에선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QM5는 올해 1~11월 1만8901대가 수출돼 르노삼성 모델 가운데 ‘SM3’(2만8120대)에 이어 둘째로 수출이 많았다. 르노삼성 대부분 모델이 닛산차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닛산이 진출하지 않은 일부 지역에만 수출할 수 있지만 QM5는 르노 브랜드라 르노 판매망이 없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어느 곳에나 수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차는 중국에서 월간잡지인 ‘오토매거진(12월)’ ‘탑 기어(11월)’에서 각각 올해의 SUV, 최고의 차에 뽑히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한국보다 많은 900대가 중국에서 판매됐다.

르노삼성 이교현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은 “QM5가 내수에서는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유럽·중국에서는 안정된 품질과 뛰어난 연비가 호평 받아 주문이 늘고 있다”며 “중국 등 신흥시장에서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중동 등 새로운 국가로 수출을 다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의 로디우스도 1~11월 내수는 638대였지만 수출은 1871대로 두 배 이상 많았다. 쌍용차 차기웅 과장은 “로디우스는 국내에선 디자인 평이 좋지 않아 인기를 끌지 못하지만 서유럽과 싱가포르 등에서는 이 차의 독특한 디자인이 좋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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