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비리 고발 '눈총' 버스기사 손신철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내부 비리를 고발하고 시정하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 줄 몰랐다. "

지난 1월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어 시내버스의 횡포를 고발해온 버스 운전기사 손신철(孫信喆.31)씨는 요즘 실의에 빠져 있다.

"왜 굳이 문제를 들춰내느냐" 는 동료들의 비난에다 지난달 29일에는 회사 관리직원으로부터 전치 2주의 폭행까지 당했다.

서울 정릉에서 개포동을 오가는 16번 시내버스를 3년째 운전하고 있는 孫씨가 '시내버스 바로세우기 운동' 을 시작한 것은 버스기사와 시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다.

"신호를 지키며 안전운전을 하면 오히려 '배차시간을 못지킨다' 고 회사에서 혼나야 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고 했다.

그의 홈페이지(http://members.tripod.co.kr/ramon)에는 자연스럽게 '난폭운전 신고방법' '불법운행의 원인' 등 현직 기사들과 버스회사의 심기를 건드릴 내용이 담겼다. 문제점을 파헤치다 보니 동료들의 잘못도 지적하게 돼 말다툼도 벌여야 했다.

시내버스의 문제점을 고치려는 孫씨와 회사와의 마찰은 어쩔 수 없는 결과. 급기야 "회사에서 孫씨를 안좋게 본다" 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지난달부터는 동료들이 孫씨를 피하기 시작했다.

孫씨는 "더불어 살아가는 동료와 회사측이 뒤에서 수군거리며 손가락질하는 것이 내부비리를 고발하는데 가장 고통스런 일" 이라고 말했다.

우상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