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진이라면 저‘괴물’을 막아낼까 … KT로 간 킹콩센터 딕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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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54㎏의 거구인 나이젤 딕슨이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딕슨의 허벅지(31인치)는 앞에 있는 치어리더의 허리보다 훨씬 두껍다. 딕슨의 허리는 47인치다. [뉴시스]

XXXXXXXXXXL. KT가 KT&G에서 데려간 ‘킹콩 센터’ 나이젤 딕슨이 입는 옷 사이즈다. X가 10개 들어간 10XL이다. 딕슨은 키가 2m5㎝다. 이 정도 키의 선수들은 4XL 정도를 입는다. 그런데 딕슨은 어깨가 넓고 몸무게가 154㎏이나 되는 거구여서 훨씬 큰 옷을 입는다.

농구는 키 놀음이라고 하지만 외곽에서는 스피드, 골 밑에서는 덩치도 중요하다. 딕슨 옷 라벨에 붙어 있는 10개의 X가 그의 힘이다.

추일승 MBC-ESPN 해설위원은 “덩치가 크면 리바운드를 잡을 수 있는 좋은 자리를 독점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단 면적이 넓다는 말인데 딕슨이 그렇다. 허벅지 둘레가 웬만한 장정의 허리둘레인 80㎝(31.5인치)다. 허리는 120㎝(47인치), 엉덩이 둘레는 155㎝(61인치), 가슴둘레는 135㎝(53인치)다. 두세 명이 설 수 있는 자리를 혼자 차지한다.

어깨가 넓어 골 밑에서 한 번 턴하면 남들보다 훨씬 많은 공간을 움직이게 되기 때문에 수비하기가 매우 힘들다. 덩치가 큰 선수는 일반적으로 힘도 세다. 딕슨은 완전히 근육질이다. 골 밑 자리 싸움은 씨름 비슷하다. 키가 크더라도 마른 선수는 덩치 큰 선수에게 밀려 골 밑 접근이 원천 봉쇄된다. 2m22㎝로 딕슨보다 17㎝가 큰 하승진은 한 번 부딪쳐 보고는 “괴물, 짐승 같은 선수”라며 “상대하기 매우 벅차다”고 말했다.

그의 괴력은 수비할 때 상대 선수를 밀어내 매우 유리하지만 공격할 때도 파괴력이 있다. 그가 공을 튕기며 골대로 돌진하면 상대 선수는 공격자 파울을 유발하려 서 있지 못하고 도망간다. 그의 동료 송영진은 “그 덩치가 달려 오는데 버티고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 13일 모비스와의 경기 종료 직전 딕슨은 던스톤과 함지훈이 쌓아 놓은 박스아웃 벽을 부수고 들어가 천금 같은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결승골을 넣었다.

현역 시절 호리호리한 체구의 센터였던 오리온스 김유택 코치는 “조니 맥도웰 같은 선수를 상대할 때도 고목 나무가 서 있는 것 같았는데 딕슨을 상대하는 선수들이 매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부 센터 김주성은 “블록을 하려고 점프하다 몸이 부딪히면 퉁겨나가기 십상이고 부딪히지 않으면 몸집이 워낙 크기 때문에 공에서 멀어서 블록을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스크린도 무섭다. 딕슨이 막고 서면 그 사이즈는 두 배다. 딕슨을 둘러서 따라가려면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 스크린을 부수고 가려다가 딕슨과 부딪치면 충격도 크다. 단점도 있다. KT 전창진 감독은 “워낙 힘이 좋아 정상적인 움직임에도 다른 선수들이 나가떨어지기 때문에 공격자 파울을 많이 받는다”고 억울해했다.

17일 딕슨은 전주에서 KCC의 하승진과 대결한다. 둘의 대결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단독 2위인 KT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하승진과 딕슨의 대결이 빅 매치가 됐다. 둘 중 누구의 위력이 셀까. 추일승 해설위원은 “하승진이 낫다”고 했고, 직접 부딪쳐 본 송영진은 “딕슨이 더 세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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