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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공연 오페라 '춘향'을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파이프 오르간 옆에 서 있는 춘향, 서양식 둥근 탁자에 앉아 있는 월매, 관모(冠帽)대신 갓을 쓰고 저고리 차림을 한 변사또, 암행어사 출두 장면에 평상복으로 나타난 몽룡….

지난 28일 도쿄(東京)오차노미즈에 있는 카잘스홀에서 상연된 오페라 '춘향' 은 비록 간소한 의상과 무대 세트를 사용한 콘서트 형식의 공연이긴 했지만 성의없는 무대 연출로 아쉬움을 남겼다.

재일동포들의 위촉으로 작곡돼 1948년 도쿄 유라쿠자(有樂座)에서 초연된지 52년만에 일본에서 재상연된 다카기 도로쿠(高木東六.96)작곡의 오페라 '춘향' 은 역사적인 재공연.

그러나 '춘향' 을 소공연장에서 피아노 반주로 선보여 오페라의 극적인 면모를 십분발휘하는데는 미흡했다.

일본의 노년 여성들이 객석의 대부분을 차지한 이날 공연에서 관객의 눈과 귀는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50년대 히트곡 '미즈이로(水色)의 왈츠' 의 작곡자인 다카기의 연주를 듣는 데 온통 쏠려 있었다.

이들은 오페라 '춘향' 이 재일동포가 주축이 돼 작곡되었고 한국 고전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사실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소프라노 전월선(田月仙)이 주역으로 출연한 '춘향' 에는 아리랑.도라지.양산도 등 한국 민요들이 삽입됐고 특히 '아리랑' 은 장면 전환 등에서 다양한 변주를 통해 자주 등장해 마치 주제가처럼 들렸다.

선율은 한국 민요를 사용했지만 반주부 등에서는 후기 낭만주의 화성을 구사했다.

다카기옹은 "생전에 '춘향' 의 재공연을 보게돼 기쁘다" 며 "작곡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민속.풍물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고 감격해 했다.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글로리아 오페라단(단장 양수화)에서 오페라 '춘향' 의 한.일 교환 공연을 제의해 왔다" 고 소개했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은 지난 95년 광복 50주년, 한.일 수교 30주년 기념으로 장일남의 오페라 '춘향전' 을 도쿄에서 공연한 바 있다.

공은아 음악학박사 <도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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