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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수능성적 발표된 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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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점수가 높게 나와 기뻤다. 그런데 주위 친구들도 모두 점수가 잘 나왔다. 담임 선생님을 통해 나와 비슷한 성적의 학생들이 가장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불안하다.’ 정시 입시에서 성균관대 지망 예정인 김효영(상일여고 3)양의 독백이다. 올해 정시에서는 서울지역 상위권 대학 지원자간 경쟁이 가장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학교와 사설 입시기관 진학상담실 현장에 가봤다.

올핸 눈치작전이 심할 것 같으니 

수능성적 발표일인 지난 8일 오후 1시. 상일여고 진학지도실에 김유경(3년)양이 들어섰다. 진학부장인 인선미 교사를 찾아 자리에 앉은 김양이 불안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선생님, 지난해 보다 고득점자들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어요. 저 서울대 과학교육과에 꼭 가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이미 각종 매체를 통해 수능결과 분석을 전해들은 김양은 지망학과 지원에 자신의 성적이 안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온 듯 했다.

인 교사는 “지난해 결과를 본다면 네 성적이 안정권이지만, 올해는 좀 더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며 “하향 지원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김양은 연세대 화학과와 서울대 과학교육과를 지망한다.

“유경이 점수로는 서울대 과학교육과가 조금 불안해. 서울대에 합격하고 싶다면 학과를 조금 낮춰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연세대 화학과는 지망해도 괜찮을 것 같아. 고려대 신소재공학부도 괜찮긴 하지만, 외국어·탐구 영역 점수가 높아 동점자 처리기준에서 연세대가 더 나아보여. 지금은 다군 학교는 고려하지 않았지만 다군에선 지방 의대도 한번 생각해봐. 올해는 특히 눈치작전이 심할 것 같으니 끝까지 경쟁률도 지켜봐야 할 것 같고.”

김양이 다음 상담일정을 잡은 후 문을 나서자 진학담당 교사들의 연수가 이어졌다. 이학교 3학년부장 이창진 교사는 “모집정원으로 따졌을 때 서울권 대학에 진학 가능한 커트라인이 2등급에서 끊긴다”며 “올해 3등급을 지난해 3등급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저녁 은광여고에서 열린 서울진학지도협의회 모임에서 조효완 회장은 “우리가 분석한 프로그램으로 따졌을 때 인문계에선 연·고대 535점, 서울지역 10위권 대학 515점,수도권 대학에 480점 정도가 지원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자연계는 여기에서 10점 정도씩 낮아질 수 있다”며 “대학별 세부 전형 요소를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낭패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당락은 논술에서 판가름

다음날인 9일 오전 10시30분 은광여고 진학 상담실. 이 학교 3학년 박경현·경은 쌍둥이 자매가 진학부장인 조효완 교사와 상담 중이다. 꾸준히 전교 1등을 기록한 경현양은 지망하는 서울대 사회과학계열 학과에 합격 가능한 점수가 나왔다. 그러나 비슷한 실력이지만 경현양에 비해 성적 분포가 들쑥날쑥 했던 경은양이 문제였다. “원하는 서울대 인문계열학과는 좀 힘들 것 같다. 지난해 같으면 과를 낮춰서 문화인류학과나 소비자아동학과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올해 이 두 학과의 경쟁률이 사상 최대를 기록할것으로 보여. 또 1단계에서 합격한다 해도 2단계가 문제야. 내신 감점은 없지만 수능 20% 반영 때문에 감점되는 15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관건이야. 논술 준비를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지.”

조 교사는 “요즘엔 입시 논술에서 서론은 생략하고 곧바로 본론부터 쓰는 추세”라며“창의성을 가지고 논점을 정확히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상위권 학과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경은양은 “학원 상담도 받아보겠지만 결국 선생님의 조언을 따를 것”이라며 “세부전형요소를 분석하는 것은 학원이 잘 할지 모르지만 내 성격이나 공부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선생님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 서초동 메가스터디학원 상담실. 올해 대입 정시 지원을 고민 중인 김영석(가명·서울D고3)군이 전날 받은 수능성적표를 들고 이석록 입시평가 연구소장을 찾았다. 김군은 “학교에선 안정권 대학만을 추천해 상향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알아보려고 왔다”며 학원 상담실을 찾은 이유를 말했다. 이소장은 김군의 지원목표부터 물었다. “올해 진학할 건가, 아니면 재수까지 할 수 있다는 건가?” 올해 꼭 입학하고 싶은지, 내년까지 노릴 수 있는지에 따라 상·하향 지원전략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 이 소장은 대학 간판과 전공학과, 국립대와 사립대 중 선택을 요구하며, 지원기준 우선순위를 물었다. 김군의 목표는 올해 진학, 대학 우선, 사립대로 압축됐다.

이어 수능성적 분석에 들어갔다. “점수는 언어·수리·외국어 모두 1등급이지만 외국어가 상대적으로 저조한데···. 사탐도 높은 편이 아니고. 따라서 외국어와 사탐 반영이 높은 대학은 피해야겠어.” 성적표를 훑던 이 소장은 “수능은 상대평가이므로 같은 점수대 경쟁자들과 비교해야 한다”며 “반드시 대학별 환산점수를 확인해 자신의 우위와 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배치표를 펼쳐 지도를 보듯 지원가능 대학을 찾아갔다. 가군에선 고려대·연세대 중위권 학과로 안정지원을, 나군에선 성균관대 사회과학계열로 소신지원을, 다군에선 성균관대 하위 학과와 한양대를 추천했다. “올해 수능이 쉽고 고득점자도 증가해 변수가 많지 않을 까요?” 김군의 질문에 이소장은 “혜택이 많고 취업 전망이 밝은 글로벌경영·아태물류·영어통번역·금융·반도체 관련학과의 강세가 예상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어 이소장은 틈새전략으로 추가합격과 교차지원 여부도 설명했다. 김군은 “학교와 학원을 비교해 지원범위가 정해지니 안개가 걷힌 느낌”이라며 “원서 접수까지 남은 기간 동안 대학별 지원순위를 다시 짜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①지난 8일 수능 성적표를 배포하고 있는 상일여고 3학년 교실. ②심각한 표정으로 성적표를 확인하는 한 학생. ③성적이 잘못 됐다며 진학지도실을 찾아와 하소연 하던 학생들. ④진학지도부장 인선미 교사와 상담중인 김유경양.

< 박정식·김지혁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

< 사진= 김진원 기자 jwbest7@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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