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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카자흐스탄 정상회담 성과] 에너지 자원 확보 수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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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카자흐스탄 방문을 마친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오후 모스크바 브누코보Ⅱ 공항에 도착해 한국대사관에서의 동포 간담회와 동행한 기업인 50여명과의 만찬을 시작으로 3박4일간의 러시아 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노 대통령을 모스크바 근교의 개인별장(다차)에 초청해 한시간 동안 비공식 만찬을 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당초 22일 저녁에 잡혀 있던 일정을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앞당긴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2002년 5월 모스크바를 찾은 부시 미 대통령을 이 다차에 초청해 러시아식 만두, 철갑상어 알을 대접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21일엔 크렘린 대궁전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철도.에너지.과학기술 협력문제 등 양국 간 현안을 협의하고 공동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은 에너지 자원 확보라는 실리외교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이 미래의 가용 자원 확보와 대체에너지 개발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국내에서 제기된 직후였다.

카자흐스탄은 우라늄 매장량 세계 1위, 아연 세계 6위, 동 세계 9위의 자원 부국이다. 여기에다 카자흐스탄은 카스피해 연안에만 372억배럴의 석유 매장량을 갖고 있는 세계 7위의 석유 보유국이다. 중국을 필두로 일본.미국 등이 눈독을 들여 외교 공세를 벌이는 대상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측은 ▶카스피해 유전 4.5억~6.5억배럴 ▶텡게 육상광구 유전 2억배럴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카스피해 유전의 경우 탐사와 생산설비 작업을 마치는 9년 후쯤 우리 측 지분에 대한 생산 권리를 갖게 된다. 우리의 한 해 석유 수입량은 8억배럴이다.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회견에서 "우리는 노 대통령에 대해 따뜻한 생각을 하고 있다"며 "한국의 발전된 기술과 우리의 자원이 결합하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또 "이곳에 진출한 삼성.대우.현대 등이 더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주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모든 사업에 대한 이해가 있다"고 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1990년, 95년, 2001년 세차례나 한국을 방문한 지한파다. 그는 19일 밤 장녀 다리가를 데리고 예정에 없이 노 대통령 내외를 시내 바이테렉 전망대로 초청했다. 생일을 맞은 노 대통령에게 은마차를 선물하고 권양숙 여사에겐 장미 꽃다발을 건네는 등 환대했다.

대신 한국은 카자흐스탄의 원자력 개발에 대한 협력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세계 최대의 우라늄 매장량을 가진 카자흐스탄은 옛 소련 연방 시절 원자력 분야에 집중 투자해 많은 인력과 기초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연방 해체 후 시설.기술 낙후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우리 측은 향후 10년간 과학기술자 교류, 공동 연구를 통해 상용 원전, 연구용.중소형 원자로 설계와 건설 등의 기술 지원을 하기로 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에서 "양국은 경제.통상뿐 아니라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발전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카자흐스탄의 자원 개발이 성공해 소득이 높아지면 한국 기업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면서 '윈-윈' 발전 가능성을 강조했다. 권 여사는 이날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부인 사라 여사가 만든 가정식 고아원인 'SOS 어린이 마을'을 방문, 관계자를 격려했다.

아스타나.모스크바=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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