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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개방형 신통상국가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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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1세기 새로운 경제환경 하에서 무역입국의 기치 아래 세계 12대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는 이제 새로운 전략의 수립을 모색해나가야 할 전기가 됐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개방형 신통상국가의 건설은 시의적절한 제안이라고 본다.

공업화를 통한 무역국가로서는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에 한계가 있으므로 상품무역과 서비스, 그리고 고도의 상업활동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발전전략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개방형 신통상국가의 개념 정립은 앞으로 많은 토론과정을 거쳐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리나라가 지향한 창조적 지식국가의 통상정책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동시에 한국이 단지 상품수출기지가 아닌 세계의 비즈니스센터의 한 축으로 발전해 통상활동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국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근 주변국가들의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도 21세기 국가발전전략을 개방형 통상국가로 전환케함을 불가피하게 한다.

중국의 시장경제가 날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미국.일본, 그리고 중국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자칫 우리나라는 경제적 약소국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개방형 통상국가는 강대국의 틈에서 작지만 강한 국가로 번영할 수 있는 생존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40년간 무역입국론에 입각해 대외지향적 경제정책을 추구했으나 그렇다고 완전히 개방적 통상국가로서의 면모를 갖춘 것은 아니다.

무역입국론은 인적 자원을 활용해 직접 수출상품을 만들어 내다파는 상품무역에 주로 치중하자는 논리였다.

이에 반해 신통상국가론은 무역뿐 아니라 물류 및 유통, 금융, 외국인자본 등의 거점을 형성해 지식정보사회에서 부존자원과 관계없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겠다.

개방형 신통상국가의 전략은 90년대 중반에 추진한 세계화 전략과는 차별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세계화는 개방화와 세계화라는 흐름에 부응해 국내경제의 틀과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고 국제경쟁력을 재정비하는 전략인 반면 개방형 신통상국가는 우리나라와 같이 정치.경제적 강대국에 둘러싸인 소국(小國)의 생존과 번영에 필요한 지식집약화 전략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

세계화 전략의 벤치마킹 대상은 주로 미국 경제였다. 국내의 제도와 정책, 더 나아가 전략까지도 미국 등 경제선진국의 제도 및 규범의 답습에 그치거나, 경제대국이 주도하는 보편적인 국제규범에 수동적으로 적응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개방형 통상국가 전략은 우리나라와 처지가 유사한 나라들을 벤치마킹해 이들로부터 적극적으로 개방경제를 유지하면서 국가생존과 번영의 비결을 배운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난다.

싱가포르.아일랜드.벨기에.네덜란드 등 경제 규모는 작지만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도 강한 경제를 일구어낸 나라들이 개방형 신통상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동시에 신통상국가란 재화.용역.자본 및 기술.인력의 이동이 자유롭게 이뤄지도록 경제적.지리적 공간의 장(場)을 마련해, 적어도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중추경제를 형성해나가자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거래자간에 공유할 수 있는 이익창출의 기회를 확대하는 개방국가를 건설해야 할 것이다.

나라 밖을 내다보며 상품수출에 진력하는 전략에서 이제는 우리의 지식을 창출.활용하는 개방형 신통상국가의 새로운 모델을 정립해 기업경쟁력을 제고하는 전환점에 와 있다고 본다.

따라서 개방형 신통상국가의 수출전략 역시 새로운 접근이 모색돼야 한다. 상품과 서비스의 복합무역화, 투자와 무역의 연계, 지식교역 비중의 확대,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경쟁력 창출, 중소벤처기업의 수출산업화, 세계시장의 경영전략 등이 바로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개방형 신통상국가로 성공하려면 유통.물류.정보.금융.가공.환적(換積)등 경제흐름과 관련되는 제반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국내외 유수한 기업가들이 우리나라를 거점으로 부가가치물류(VAL) 또는 부가가치투자(VAI)를 전개하고 싶어하는 명실상부한 비즈니스 센터가 돼야 하는 것이다.

이선 <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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