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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공적자금투입 더 늦춰선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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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제2차 금융구조조정에 필요한 공적자금의 금액과 조달방법에 대한 공방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속으로 골병 든 금융권을 살리는 데는 공적자금의 신속한 조성과 생산적인 사용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다.

그러나 현재 논의는 국회의 동의를 받느냐 마느냐가 쟁점이 돼 본말이 뒤바뀐 셈이다.

국회의 동의를 받아 조성된 자금이든, 정부의 지급보증에 의해 발행된 채권이든, 또는 정부가 소유하던 공기업 주식을 출연하거나 특별회계 지출이든 국민이 부담을 져야 하는 지출은 모두 공적자금이다. 이왕 돈을 더 넣어야 한다면 국회 동의라는 절차를 놓고 공방전을 벌일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시장을 한번 돌아보자. 돌리고 미루는 식의 미완성판 금융구조조정, 금융부실 규모의 불확실성, 기업 지배구조와 투명성에 대한 개혁의 부진, 경상수지의 악화 등 악재가 널려 있다. 여기에 줏대없는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감까지 더해 투신권이 흔들리고 증권시장이 급격하게 불안해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것들을 애써 외면하려는 듯이 보인다.

금융시장의 심리적인 안정이 중요하다며 짐짓 자신감을 보이는 정부 입장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3년 전 국제통화기금(IMF)위기도 따지고보면 그런 자신감으로 조치를 미루다 맞은 것 아닌가.

이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과 자본시장도 대단히 현명해졌다.

근본적인 처방과 정공법에 의한 정면돌파 외에는 설득되지 않는다. 30조~40조원으로 추산되는 추가적인 공적자금의 조성과 사용방안에 대해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내야 한다.

조성된 자금은 민간 전문가들이 중심이 된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관리.집행 결과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보고하자.

만의 하나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시간을 끌거나 용도를 잘못 정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를 수 있다.

수술의 고통 없이, 누구도 손해 보는 사람 없이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이제는 국민 모두가 벗어나야 할 때다.

김일섭 <한국회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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