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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에 바뀌는 외고 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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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010학년도 대학입시 정시모집 판세 변화와 지원전략 설명회가 10일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에서 열렸다. 설명회장 바닥까지 가득 메운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유웨이 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박종근 기자]

교육과학기술부가 10일 발표한 고교 입학 제도 개선안의 핵심은 외국어고의 입시 손질이다. 사교육의 주범으로 몰렸던 외고 입시를 개편하기 위해 영어듣기시험 폐지 등 각종 방법이 동원됐다. 외고가 1984년 문을 연 이래 이런 방식의 입시 개편은 사실상 25년 만에 처음이다. 외고 폐지를 추진했던 노무현 정부도 지필고사 폐지만 시행했을 뿐이다. 시행 시기도 전격적이다. 사전 예고 기간이 거의 없이 당장 중2 학생부터 적용되기 때문이다. 외고에 가기 위해 초등학교 때부터 사교육에 의존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은 당황할 수 있다.

◆내년부터 외고 입학하려면=올해까지 시행됐던 영어듣기 시험, 교과지식을 묻는 구술면접·적성검사는 모두 없어진다. 토플 등 공인 영어시험 성적, 수상 실적도 전형요소에서 제외된다. 외고는 전면적으로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뽑아야 한다. 정원의 20% 이상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선발한다. 공립은 당장 내년부터 20%를 선발하고, 사립은 2013학년도까지 순차적으로 비율을 늘려야 한다.

외고가 도입해야 하는 입학사정관 전형(자기주도학습 전형)은 학교별 입학사정관들이 학생이 제출한 서류를 보고 면접을 실시해 뽑는 방식이다. 이때 서류는 ▶중학교 교과 및 비교과 성적 ▶학생의 학습계획서 ▶학교장 추천서 등이다. 교과성적은 중2, 3학년의 영어성적만 반영된다. 학습계획서엔 외고 입학 후 어떤 외국어의 전문인이 될 것인지 등의 내용이 담겨야 한다. 여기에 독서 기록도 포함될 수 있다. 입학사정관들이 전형 과정에서 외고에 입학하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공부한 실적을 보고 선발한다. 교과지식을 묻거나 어학 실력을 테스트해서는 안 된다. 교육과학기술부 성삼제 학교제도과장은 “독서 기록은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한 실적으로 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외고에 입학하면 외국어 집중 이수 과정을 밟아야 한다. 전공 외국어 이수단위(현행 42단위)도 지금보다 늘어난다.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굳이 외고를 보낼 필요가 없도록 외고를 개편하겠다는 게 교과부의 방침이다.

이 밖에 자립형 사립고, 국제고, 자율형 사립고 등도 지필고사 형식의 영어듣기 시험을 볼 수 없으며,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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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억제 효과 있나=현재 중2부터 적용하는 데는 문제점이 예상된다. 외고에 가기 위해 특목고 학원에 매달려 온 학생들은 자기주도학습 전형에서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교과성적은 영어만 반영되기 때문에 합격·불합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고 입시에서 교과성적 중 영어성적만 반영됨에 따라 사실상 내신 성적도 합격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다. 반면 영어 사교육만 기승을 부리고, 입학사정관 전형 대비 사교육이 생기는 ‘풍선효과’ 부작용도 우려된다. 국민대 이기종 교육학과 교수는 “개편안을 보면 외고, 과학고, 국제고, 자립형 사립고 등이 모두 입학사정관 전형을 도입하도록 돼 있다”며 “학교들이 대부분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황이어서 또 다른 문제점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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