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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얘기 '골드바흐의 추측' 출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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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소설책을 즐겨 사보지 않은 독자라도 지적 호기심과 재미를 동시에 주는 책이라면 사고 싶지 않을까. 그럴만한 소설책이 나왔다.

그리스 작가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의 '골드바흐의 추측' (정희성 옮김.강석진 감수.생각의 나무)이다.

난해한 제목, 발음하기도 어려운 낯선 저자 이름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일단 한번 손에 잡으면 마지막장을 읽기 전에는 책을 덮기가 쉽지 않다.

마치 퍼즐을 한조각 한조각 맞춰나가듯 미스테리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 속의 수학논제를 증명해내면 1백만 달러까지 준다니 더욱 매력적이다.

이 책은 한마디로 수학소설이다.

최근 쏟아져 나온 수학 관련 책들은 수학에 쉽게 다가간다는 것을 내걸지만 정작 다 읽고 나면 수학에 대한 경외심 이외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정반대다. "수학이란 예술이나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최고가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니며,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은 일생을 바쳐 노력해도 기껏해야 범재에 그치고 만다" 는 주인공 페트로스의 입을 빌어 수학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준다.

"인생의 성공은 항상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는 데 있다" 는 형제들의 비웃음을 뒤로 하고 "수학은 예술"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선택한 도전에 의해 절망할 권리가 있다" 며 평생을 '이룰 수 없는 목표' 인 골드바흐의 추측을 증명하는 데 바친 한 수학자의 이야기가 중심 줄거리다.

마치 신의 영역에 도전하다 파멸을 맞은 이카루스처럼 가장 오래된 꿈이자 이룰 수 없는 인간의 꿈에 관한 이야기다.

가족들의 비웃음 속에 살아가는 삼촌이 한때 유명한 수학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조카는 삼촌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발한발 그에게 다가간다.

결국 수학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삼촌을 찾지만 삼촌은 '수학자는 태어나는 것이지 만들어지지 않는다' 며 그가 낸 문제를 3개월 안에 풀 경우에만 수학자의 길을 걸으라고 충고한다.

그 문제가 바로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라' 는 것. 테스트에 실패하고 수학과 멀어진 조카는 대학진학 후 우연히 이 문제가 수학 정수론에서 가장 난제로 손꼽히는 '골드바흐의 추측' 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조카는 천재로 손꼽히던 삼촌이 왜 이 문제에 평생을 매달려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못하고 체스판이나 기웃거리게 되었는가를 추적한다.

스스로 수학을 공부한 작가인 만큼 천재 수학자 라마누잔을 책 속에 등장시키는 등 여러 실제 사건을 맞물려 이야기에 흥미를 더해준다.

수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바로 이런 재미, 또 수학 문외한에게는 수학을 이해하는 즐거움을 덤으로 주는 셈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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