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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뜨끈한, 그래서 시원한 온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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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온천욕은 더 이상 목욕탕 수준에 만족하지 않는다. 워터파크의 재미와 스파의 호사로 거듭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 ‘스파 라 스파’ 야외 스파.

온천(溫泉)은 문자 그대로 뜨거운 샘이다. 사람이 데운 물은 온천에 끼이지 못한다. 땅속에서부터 뜨거워야 비로소 온천으로 규정된다. 온천법은 그 기준을 25도로 정하고 있다. 다시 말해 25도 이상이면 법적으로 온천이 된다.

하나 온천은 그저 따뜻한 물만 가리키지는 않는다. 누천년을 내려오는 숱한 전설 때문이다. 이를테면 어릴 적 천연두를 앓았던 신라 진성여왕은 해운대 온천에서 요양한 덕분에 완치했다고 전해지고, 물 좋기로 유명한 경북 울진 백암온천은 서거정·성현·이상해 등 사대부가 “한 표주박 물로도 온갖 병이 다 낫는다”며 칭송했던 기록을 자랑한다. 이처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국의 온천은 하나같이 신비의 약효와 기적의 효험을 내세운다.

곤지암리조트 ‘스파 라 스파’의 크리스탈 보울 방 모습.

몇 해 전, 우리나라엔 때아닌 온천 바람이 불었다. 웰빙 열풍의 영향이었다. 그때 동네 목욕탕과 별반 다르지 않은 국내 온천이 대대적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이른바 ‘워터파크’의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갖은 약재를 넣은 이벤트탕이 생겼고, 슬라이드·유수풀 등 물놀이 시설이 들어섰다. 가장 큰 변화는, 옷을 입고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온천은 더 이상 발가벗고 들어가는 목욕탕이 아니라 수영복을 입고 남녀가 함께 노는 수영장으로 바뀌었다. ○○온천이란 간판은 내려지고 ○○○파크·○○○랜드 등의 외래어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워터파크 중 일부는 굳이 온천 허가를 받지 않았다. 온천이 아니어도 상관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어느새 사람들은 물 좋은 온천보다 시설 좋은 워터파크를 선호했다. 온천이란 단어는 법률이 허가하는 시설을 넘어서 겨울을 대표하는 레저활동이 됐다.

요즘엔 스파가 대세다. 전국의 워터파크마다 스파를 들여놓고 있다. 수영장처럼 운영되는 시설에 휴양과 테라피의 개념을 추가한 방식이다. 테라피(theraphy)는 쉽게 말해 치료다. 온천 본연의 치료 개념을 한 단계 높여 다시 적용한 셈이다. 여기서 온천은 법률적인 개념이 아니다.

행정안전부는 올 6월 보양온천 제도를 실시했다. 수온만 높으면 온천 허가를 내주다 보니 동네마다 온천이 우후죽순 생겨나서다. 온천 허가를 받지 않은 워터파크와도 경계를 지어야 했다. 보양온천은 온도·성분·시설·환경 등을 두루 살펴 종합레저타운으로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온천을 새로 지정하는 제도다. 12월 현재 강원도 속초의 설악 워터피아와 충남 아산의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두 곳이 보양온천으로 선정돼 있다.

전국의 온천을 단계별로 소개한다. 옛 온천의 추억을 되살려도 좋고, 땀이 나도록 물에서 뛰어놀아도 좋고, 온몸이 녹진해지는 호사를 누려도 좋다. 이때도 온천은 법률적인 개념이 아니다. 온천은 진화하고 있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TIP 온천 주변에 산·바다 있으면 더 좋죠

국내 온천의 대부분인 알칼리성 온천은 신경 계통에, 탄산천은 피부·심장 질환에, 유황천은 호흡순환기 질환과 류머티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온천 인근에 큰 산이나 바다가 있으면 더 좋다. 큰 산이 있다는 건 물에 광물질이 풍부하다는 얘기고, 바닷가에는 나트륨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수온이 높은 온천을 찾아가는 것도 요령이다. 수온이 낮다는 건 물을 데운다는 뜻이다. 40도 이상 온천은 기본적으로 물을 데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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