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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부인회간부 11억 돈받고 소비자상 조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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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소비자에게 우수 제품을 권장하기 위해 실시되는 '소비자 만족 대상' 선정 과정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해주는 대가로 거액을 받은 한국부인회 전 편집국장과 돈준 기업체 관계자들이 검찰에 적발됐다.

또 기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불매운동을 중단한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전 사무총장과 수재의연금.국고보조금을 횡령한 전 한국부인회 총무부장이 구속기소됐다.

서울지검 북부지청 반부패특별수사반(반장 曺永秀부장검사)은 10일 한국부인회가 선정하는 소비자 만족 대상을 받도록 해주면서 기업체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한국부인회총본부 전 편집국장 전승희(田昇禧.38.여)씨와 田씨의 범행을 도와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K광고대행사 대표 車모(53)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田씨의 의뢰를 받고 소비자 만족도 조사결과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H마케팅 연구원 兪모(79)원장과 田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H맥주 전 마케팅팀장 金모(43)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여론조사 결과가 조작된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해준 혐의(업무방해 등)로 K대 金모(66)명예교수 등 심사위원과 기업체 관계자 등 11명을 약식 기소했다.

특히 약식 기소자 중에는 소비자의 피해 구제를 담당하는 한국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1국장 鄭모(50)씨가 포함돼 있다.

검찰에 따르면 田씨는 행사를 주관하는 운영위원장 등을 맡았던 1997년 7월 H사 관계자로부터 4억7천5백만원을 받고 이 회사의 치약을 소비자만족상 수상품으로 선정해 주는 등 소비자 만족 대상과 관련, 95년부터 지난해까지 20여 업체로부터 모두 11억7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조사 결과 田씨는 소비자 만족도 조사결과 1등한 업체가 광고비 협찬 등을 거부하면 2등이나 3등 업체에 접근, 금품을 요구한 뒤 돈을 받고 조사결과를 조작해 1등으로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田씨는 받은 돈중 일부만 광고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4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는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밝혔다.

兪씨 등 여론조사 관계자들은 田씨의 부탁을 받고 만족도 조사 결과를 조작했으며, 金교수 등 심사위원들은 이를 알고도 묵인해 돈을 낸 업체가 수상하도록 도운 혐의다.

이에 대해 한국부인회측은 "田씨는 95년 한국부인회에서 활동을 시작했으나 소비자 만족 대상 행사와 관련, 한국부인회의 명의 등을 빌려 개인적으로 돈을 받아 챙긴 혐의가 드러나 98년 해임됐다" 면서 "田씨가 개인적으로 저지른 비리일 뿐 한국부인회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 이라고 해명했다.

한국부인회는 전국에 1백20만명의 회원을 둔 소비자단체로 63년 설립됐으며, 식품위생 감시와 물가실태 조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97년 82개 시민단체가 연합, 불매운동을 벌이던 A사 측으로부터 1억원을 받고 불매운동을 중단한 혐의(배임수재)로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 전 사무총장 유진희(柳眞熙.42.여)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국고보조금과 수재의연금 4천여만원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한국부인회 전 총무부장 김정애(金貞愛.43.여)씨를 기소했다.

김성탁.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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