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문태영 별명, 괜히 ‘코비’ 아니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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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2009 프로농구 최고 히트 상품은 문태영이다.” 이번 시즌 프로농구에서 첫선을 보인 혼혈 선수 중에서 LG 포워드 문태영이 감독들에게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문태영과 이승준(삼성), 전태풍(KCC)의 소속 팀을 제외한 7개 팀 감독 중 6명이 “문태영이 최고”라고 답했다. 개막 전에는 우승후보로 꼽혔던 KCC와 삼성의 전태풍과 이승준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자 드래프트 3순위인 문태영이 돋보였다. 문태영은 7일 현재 평균 21.7점으로 득점 2위에 올라 있다.

◆‘문코비’ 별명 얻은 문태영=LG가 문태영의 득점력을 앞세워 1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자 농구팬들은 문태영에게 ‘문코비’라는 애칭을 붙였다. 미 프로농구(NBA)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그는 이번 시즌 두 차례나 한 경기에서 34득점을 올렸다. 김남기 오리온스 감독은 “2번(슈팅가드), 3번(스몰포워드), 4번(파워포워드)을 번갈아 가며 완벽하게 소화하는 선수는 문태영뿐이다. 공격 범위가 넓어서 수비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강동희 동부 감독은 “기복이 없고 확실한 해결사 역할을 해낸다. 동부의 외국인 마퀸 챈들러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했다.

문태영은 무리한 개인 플레이로 종종 팀 패배를 자초한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팀 동료인 이현민은 “국내 선수들의 마무리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패스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감쌌다.

전창진 KT 감독은 그러나 “문태영은 수비가 부족하다”면서 “가장 성실하고 팀플레이를 위해 노력하는 전태풍이 최고”라고 말했다.

◆개인능력보다 팀 궁합=감독들은 전태풍과 이승준의 개인기량은 문태영 못지않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은 팀에 녹아 드는 정도, 한국 농구에 대한 적응이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이승준의 경우 애매한 플레이로 팀과 개인 모두 살지 못했다. 이승준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팀에서 선수를 어떻게 이용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태풍은 공을 갖고 있는 시간이 길고 공격 횟수가 많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됐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대행은 “5명의 개인 능력이 모두 갖춰진 미국 농구에서는 가드의 패스보다 개인기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농구에서는 포인트가드가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국 농구 적응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BA에서 뛴 경력이 있는 사마키 워커(SK)는 오히려 혼혈 선수보다 김주성(동부)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팀플레이와 수비 능력이 좋아 꼼짝할 수가 없더라. 혼혈보다 모자라는 게 있다면 운동능력뿐”이라고 말했다.

이은경·김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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