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용기 다이어트 1g과의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8면

풀무원 샘물 기술팀은 최근 ‘워터라인’ 0.5L짜리 페트병 포장 무게를 16g에서 15g으로 줄이는 데 성공해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고작 1g을 줄이긴 했지만 15g짜리 0.5L페트병은 국내 최저 무게다.

원래부터 네슬레 워터스 제품기술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해 18~20g정도인 타사 제품 페트병보다 20% 정도 가벼웠는데, 이를 다시 1g 줄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5개월이 넘는 연구기간에 1㎠당 위에서 50㎏이 넘는 압력을 가하는 압력 테스트와 실제 페트병을 만들어 찌그러지는지 보는 운송 시험도 거쳐야 했다. 제품 한 개로는 1g이지만 연간 80t의 원재료를 절약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원재료를 더 만들기 위한 에너지와 물류 비용, 인건비 등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 6% 이상 줄일 수 있다.

김정근 품질관리파트장은 “어느 한쪽으로 압력이 몰리지 않게 골고루 분산되도록 하는 게 기술”이라며 “내년엔 14.5g으로 만드는 데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자원을 아끼고 환경보호를 꾀하기 위해 모든 생산과정에서 패키지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면서 제품 고유 기능은 유지하는 것이 기업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더 얇고 더 가벼운 용기는 제품의 제조·물류·폐기 과정 모두에서 기업·소비자·환경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9월부터 영수증을 ‘다이어트’했다. 백화점 영수증 기본 사이즈는 롯데백화점이 19㎝, 신세계가 16㎝, 현대가 20.5㎝ 정도. 여기에 구매 품목이 한 품목 찍힐 때마다 2~3㎜씩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꼭 필요한 문구 외에 불필요한 내용을 빼고, 긴 문구는 간결하고 읽기 쉽게 바꿔 14.5㎝로 줄인 것이다. 비용절감 효과는 한 해 6000만원 정도지만 용지 절감으로 인해 30년산 원목을 연간 400그루 보호할 수 있는 효과가 나온다. 진석두 백화점정보팀장은 “환경보호도 하면서 지갑이 두꺼워진다고 불평했던 소비자들의 불편도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호주산 ‘린앤그린’ 와인은 이름부터 ‘얇고(lean) 친환경(green)’적이다. 푸른 녹색빛을 띠는 특수 제작 와인병은 햇빛을 잘 차단하고 와인 산화를 막는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무게를 기존보다 28% 줄였다. 기존 와인과 용량이 같으면서도 지름이 약간 날씬해져 한 번 컨테이너 박스에 실을 때 840병 더 선적할 수 있다. 기존 병보다 20% 에너지를 덜 쓰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연간 약 1만t 이상 줄였다. 이런 기술로 올해 호주 패키지 혁신 대상을 받았다.

웅진식품은 500mL짜리 페트병 무게를 기존 33g에서 29g으로 4g 줄였다. 고온살균이 필요 없는 생수병과 달리 90도 이상의 고온살균 처리된 음료를 병에 담을 때 찌그러지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이렇게 해서 감소한 환경폐기물만 1200t에 달한다. 광동제약도 최근 쌍화탕과 비타500에 쓰는 100mL짜리 유리병의 무게를 127g에서 119g으로 줄였다. 절약되는 비용은 연간 4억원 정도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