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공부하자"…이총재 과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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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본격적으로 남북문제를 공부하려 하고 있다. 이 문제가 향후 정국과 차기 대선에서 최대 이슈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李총재의 한 측근은 30일 "북한문제의 분야별 전문가 10명 안팎으로 총재 특별자문단을 구성할 것" 이라고 전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 시절 남북 정상회담 실무협상을 맡았던 윤여준(尹汝雋)전 여의도연구소장이 준비작업을 맡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당내 여의도연구소를 남북.경제문제 연구에 집중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로는 김경원(金瓊元)전 주미대사.서강대 李모 교수 등이 거론된다.

김덕룡(金德龍)부총재의 비서실장인 구본태(具本泰)전 통일원 정책실장의 '징발' 도 고려 중이다. 그의 전문지식을 활용하고 그를 통해 외부 전문가들을 李총재와 연결하기 위해서다.

李총재는 1997년 대선 패배 이후부터 남북관계에 대해 별도의 '과외' 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로 40대 소장학자들이 가정교사로 초빙됐다. 페리 보고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 북한과 미.일.중과의 관계 등에 대해 이슈별로 토론도 했다고 한다.

李총재가 남북 정상회담 발표 후 대한민국 정체성 확보.상호주의.국회 동의 등 협상 3원칙을 발빠르게 내놓은 것도 이같은 학습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李총재는 총선 직후에도 "이번 기회에 남북문제에 대한 입장 정리를 확실하게 할 필요가 있다" 고 강조했다고 한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남북교류가 현실화할 경우 국내 정국에 미칠 파괴력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李총재의 한 측근은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을 집권 후반기 정국운영의 중요한 축으로 활용하려 할 것" 이라며 "이런 金대통령의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집중적인 '통일 공부' 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게 李총재의 생각" 이라고 전했다.

유승민(劉承旼)여의도연구소장은 "李총재는 차기 대선에서 '통일 완수' 를 들고 나올 여당 후보와 싸워야할지 모른다" 며 "때문에 李총재는 남북관계를 완전히 자신의 언어로 소화해 놓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고 설명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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