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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차 르노 매각 이후] 자동차산업 지각 변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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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프랑스 르노의 삼성차 인수는 자동차 시장의 급속한 변화를 예고한다.

대우차도 해외 업체에 팔리면 현대.기아차는 세계적인 업체와 내수시장서 힘겨운 경쟁을 벌여야 한다.

김진국 건양대 교수는 "정부.국민의 보이지 않는 보호 속에 국내 기업끼리 경쟁하던 과거와는 틀 자체가 달라진다" 며 "가격.품질.신기술 도입.애프터서비스.할부금융 등 모든 부문에서 경쟁이 확대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소비자 입장에선 외제차를 쉽게 접하고 서비스도 좋아지는 등 단기적 이득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국내 산업의 붕괴와 외국업체의 독점에 따른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 재편될 자동차 산업〓내수시장의 70%를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는 거센 도전을 받을 것이다.

르노는 5년안에 한국 시장의 10~15% 점유를 노리고 있다.

또 점유율이 25%인 대우차가 외국업체에 팔릴 경우 내수의 40% 정도가 외국업체의 손에 넘어가게 된다.

자동차공업협회 김소림 부장은 "3년 안에 외국 업체가 30%를 차지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업체인 현대.기아는 시장 방어를 위해, 르노 등은 시장 잠식을 위해 차값 인하.파격적인 할부금융 제공 등 경쟁을 벌일 것이다.

이에 따라 몇년 안에 치열한 경쟁을 못견딘 업체를 대상으로 또 한차례 인수.합병이 일 가능성도 있다.

현대.기아는 대우차 인수나 외국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그러나 두가지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차가 대우를 인수할 경우 점유율이 90%를 넘어 독점 체제가 된다며 입찰 참여에 제동을 걸었다.

현대차가 유력한 협상 파트너로 생각하는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협상 성과도 지지부진하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양도 등 현대가 다임러크라이슬러측에 줄 것이 별로 없다" 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와는 별도로 연료전지 개발을 위해 다임러크라이슬러가 참여한 캐나다 벨로드사와의 제휴를 추진 중이다.

현대차는 6조원으로 추산되는 기아 인수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노력하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오는 7월 크레도스 후속으로 현대.기아의 첫 합작제품이 나오는 등 시너지 효과 거두기가 본격화될 것" 이라고 말했다.

◇ 새로운 경쟁 체제〓차값과 함께 ▶품질.신기술 등 기술력 ▶할부판매 기법 ▶애프터서비스 강화 등이 더욱 중요해진다.

르노는 디젤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지닌 회사다. 르노의 디젤 승용차가 들어오면 국내 업체에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될 것이다.

자금력과 함께 연료전지 개발.초저연비 차량 등 기술 부문이 뛰어난 제너럴 모터스(GM).포드 등이 선진 기술로 국내 시장을 공략할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르노의 히트 차종인 메간 세닉과 닛산의 센트라 등 외국업체의 신차 투입도 활발해질 것이다.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이 0.3%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애프터서비스망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5백50개 애프터서비스 센터를 갖고 있는 대우차 등을 해외업체가 인수하면 단숨에 약점을 보완하고 국내 업체와 경쟁을 벌일 수 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무상 보증수리 기간을(10년, 10만마일(약16만㎞)로 늘렸 듯 국내 시장에서도 업체들이 무상 보증기간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국.유럽의 낮은 금리(3~4%)를 이용한 자동차 할부 제도가 국내(8~12.8%)에 도입될 것이다.

국내 업체를 인수한 메이저의 요구로 자동차 관련 세제가 손질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외국 업체가 국내 진출을 노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값싼 숙련 노동력이 많아 이를 활용하자는 것" 이라며 "이같은 국내 산업 여건이 달라지면 외국 업체들은 언제 떠날 지 모른다" 고 말했다.

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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