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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외고 첫 입학생 뽑았는데 교실은 없고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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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3일 울산 중구의 한 입시학원 건물에 울산외고 합격자 배출을 자랑하는 현수막이 나붙어 있다. [이지환 사진작가]

‘축 울산외고 10명 합격’ ‘OO중 XXX 울산외고 최종 합격’….

요즈음 울산시내 입시학원과 중학교들이 경쟁적으로 내걸고 있는 플래카드나 전광판 홍보 문구들이다. “울산외고 합격생 숫자가 실력있는 학생을 얼마나 많이 키워냈는지 가늠하는 측도지요.” 모 중학교 진학담당 교사의 설명이다.

그러나 합격생과 학부모들은 “앞길이 막막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내년 1학기 동안 어디로 등교할지, 어떤 시설에서 실력을 연마할지 오리무중에 빠졌기 때문이다.울산외고는 내년 8월에나 건물이 준공될 예정이고, 그때까지 울산과기대 건물을 임대해 주려던 울산시교육청의 계획은 시교육위가 임대료 예산을 몽땅 삭감해버려 무산될 위기다. 대안으로 빈 교실이 많은 약수초등학교나 달천중학·달천고교가 거론되고 있긴 하지만 건물이 낡고 외국어 공부를 할만한 시설이 없어 정상적인 수업이 가능할지 의문시되고 있다.

◆준비 안된 개교=울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울산외고는 북구 중산동 산 154일원 6만1500㎡(1만8600평)에 내년 1월까지 18학급 450명 규모의 건물을 완공해 2010학년도부터 개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고도제한 문제로 인한 설계변경과 악천후가 겹쳐 공사에 차질을 빚자 교육청은 10월 초 준공일자를 내년 8월로 연기했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정부와 시민에게 했던 2010학년도 개교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며 신입생 모집을 강행, 11월 초 150명의 합격자를 확정했다.

신입생 모집에 앞서 김상만 교육감은 “한학기 동안 울산과기대에 임시 교실을 마련하겠다”며 학부모·학생들의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험악한 갈등=최근 열린 울산시교육위원회 임시회. 교육위원 7명이 만장일치로 교육청이 제출한 추경예산안에서 울산외고의 과기대 시설임대료 5600만원을 몽땅 삭감해버렸다. 울산외고의 과기대 더부살이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울산시교위의 이선철 위원은 “부근에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 빈 교실이 수두룩하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특혜로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외고생들에게 단 한학기 동안도 일반학교에서 수업시킬 수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교육청 관계자는 “부근 학교 빈 교실을 이용하려면 낡은 교실 리모델링 비용이 과기대 임대료의 2배 이상 들어간다. 인재를 뽑아놓고 교실이 없어 공부를 못하게 하는 건 있을 수 없다”며 과기대 임대 관철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울산시의회를 설득해 삭감된 임대료 예산을 되살리거나 교육감의 포괄사업비로 우선 집행하고 사후 추인을 받는 방법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시교위 이 위원은 “일반고교생은 공부할 수 있는 교실인데 외고생이라고 불가능하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교육청이 우리 권한(예산심의권)을 짓밟겠다는 거냐”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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