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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 파고은행 손성원 부사장 美증시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 뉴욕증시가 17일 폭등세로 돌아서면서 세계 증시가 일단 안정세를 되찾는 모습이다. 그러나 지난 주말 '대폭락' 의 충격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미국 증시의 버블(거품)논쟁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전문가이자 미 웰스 파고 은행 수석 부사장인 손성원(사진)박사를 전화로 연결해 이번 증시폭락의 원인과 배경, 그리고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 지난주 미 증시 폭락의 원인은.

"3월 중 소비지출 증가가 예상치보다 높은 0.7%에 달해 인플레 우려가 가중된 것이 외견상의 이유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과대평가된 주식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미 증시, 특히 나스닥은 이익실현과 관계없이 순간적인 상승(momentum increase)에 의존했기 때문에 금요일의 대폭락은 거품이 일시에 빠진 것으로 보면 된다. 한국증시가 직격탄을 맞은 것은 한국증시에 유입한 외국자금의 상당액이 단타성 투기자금이기 때문이다."

- 이번 사태가 오히려 미 증시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견해가 많은데.

"동감한다. 현재 뉴욕증시는 버블로 비춰지고 있다. 버블은 한번 꺼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그러나 진통을 겪고 나면 거품이 꺼지는 속도가 늦춰질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금까지 소외됐던 구(舊)경제로의 자금유입이 촉진된다면 미국경제는 기존 제조업과 첨단기술산업이 균형을 이루며 더욱 건실히 굴러갈 것이라고 본다."

- 첨단기술주에 대한 견해는.

"지난주까지 투자자들은 기업의 실적이나 향후 전망보다는 가격이 빨리 올라가는 주를 중심으로 매수한 것이 사실이다. 상승에 대한 원인분석은 전혀 없었다. 한차례의 요동을 경험한 이상, 앞으로는 더욱 선별적이고 신중한 투자를 할 것으로 본다.

닷컴 주는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옥석이 가려진다는 뜻이다. 첨단기술종목의 우량주들은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탄탄대로를 걸을 것이다. 반면 상장되자마자 인터넷기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모가의 몇배로 뛰는 거품주들이 설 땅은 사라질 것이다."

-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폭에 대해 관심이 많은데.

"0.25%포인트 정도일 것이다. 당초 0.5%포인트 인상설까지 제기됐었으나 '블랙 프라이데이' 가 소비지출을 억제하는 어느 정도의 촉매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인상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 이번 증시파동으로 인해 FRB의 단기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고 볼 수 있나.

"FRB는 생각보다 포괄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한다. 다우존스지수에 편입된 종목은 30개에 불과하지만 '윌셔5000' 지수에 편입된 종목은 상장기업 거의 전체에 해당하는 5천개다.

FRB는 이 윌셔5000지수를 주목한다. 다시 말해 지난 금요일 다우존스의 하락률은 경천동지할 일이었지만 윌셔5000지수를 통해 나타난 지수하락폭은 그다지 큰 편이 아니었다. 즉 포괄적인 분석에 기초할 때 금리인상 요인은 잔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향후 미 증시를 전망한다면.

"블랙 프라이데이를 지진으로 본다면 앞으로 몇차례의 여진은 필연적이다. 한동안 하락세가 예상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하락폭은 계단을 내려갈 때처럼 완만하지, 급격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폭 하락했다 쉬었다, 소폭 하락했다 쉬었다를 몇차례 반복한 뒤 상승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본다."

뉴욕〓신중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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